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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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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5회 작성일 20-09-27 09:17

본문

 


햇빛이 한 갈래가 아니다. 어느 갈래든 다른 갈래로 섞여들려는 속성을 가졌다. 어느 갈래든 다른 갈래와 다른 음색을 가졌다. 햇빛 입자를 볼 수 있는 사람, 햇빛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을 간혹 만난다. 그는 보통 후박나무 잎새 안에서 산다. 우레 소리가 후박나무 잎새 안으로부터 들려온다. 후박나무 잎새 안에서 뒤척이는 풍경이 있다. 내 유년으로부터 온 그 풍경을, 담장의 청록빛 이끼위에 짓이겨지던 포도알들의 숨소리를 햇빛 안에서 다시 맡는다. 빈 의자를 숲안에 내놓았다. 시큼한 과즙이 바스락거리는 책장을 하나 하나 넘긴다. 유리판처럼 투명한 테이블 위에 새하얀 소녀의 뼈를 가지런히 늘어놓는다. 유리판 위로 파란 하늘이 숨죽여 지나간다. 담장 위로 높이 내걸린 철조망들이 얽힌 신경을 바르르 떤다. 호수로 추락하듯이, 그는 정지해 있다. 내 표정으로부터 은빛 플루트 소리를 귀기울이고 있는 사람...... 얼굴이 아주 무겁다는 듯이..... 고개를 지면으로 푸욱 수그리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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