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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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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87회 작성일 20-10-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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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에서 / 백록


 
바깥세상이 궁금하여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안엔 내가 아닌 내가 있었다
거울이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너는 누구냐고
 
글쎄올시다
 
흐리멍덩한 눈알을 굴리며 머리를 가다듬어봐도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늘어진 귀는 어쩌다 징징거리는 기생충에게 점령당하고
코와 입은 독종 바이러스와 싸움 중이었다
멍한 로댕이 되어 도대체 너는 또 누구냐며 중얼거리는 중에
땡하는 신호를 따라 좁은 문이 열린다
 
가을로 읽히는 그 밖은 익숙한 풍경인데도
왠지 몹시 낯설고 쓸쓸하다
거리의 시선엔 아는 사람 하나 없다
하나같이 쌀쌀맞은 모습들
공포에 질려 서로서로 피하는 낌새들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는 걸 보면
대부분 개장의 도둑이거나 막장의 깡패로 비치고
간혹, 얼굴 없는 유령들인 듯
여기가 어쩜 지옥인가 싶다
 
금세 질려버린 악취들 보는 둥 마는 둥
서둘러 볼 일을 마치고
도로 기어든 엘리베이터 안이다
내가 아닌 내가 다시 내가 되어
거울 속 나의 퍼즐을 수습하고 있다
흐트러진 뼛조각을 맞추며
그새 편안해진 몰골이다
천국을 향하는 듯
 
그렇구나
 
여기가 바로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통로였구나
내가 사는 곳이 바로 천국이었구나
나의 피안彼岸이구나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운 시인님은 시를 통해 나쁜 것들을
물리치는 신묘한 힘을 갖고 계시니
어둠은 근접을 못할 것 같습니다
꽃 피고 달콤한 향기 가득한 곳에만 머무르시길요
가을하늘처럼 청명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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