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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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377회 작성일 20-10-07 22:18본문
가위가 여백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만사를 내려 놓을 때가 있지요. 빳빳하게 속날을 세운 가위가 잰걸음으로 돌진해 들어가서 다짜고짜 큰 동그라미 하나를 오려 내는 것인데요. 자지러지는 공백을 아이처럼 안고 여백이 치렁치렁 가윗날에 따라붙지 못하도록 그림과 여백을 격리 시키는 것이지요. 스포트라이트 속의 장면처럼
나비이거나, 꽃이거나. 별이거나, 오려진 그림만 바라보는 것이지요. 여백을 통째로 매달고 오밀조밀한 선을 파고들다보면 그림을 꼭 닮은 공백에 발이 빠지기도 한다는데, 네 모서리를 뚝뚝 떼어먹은 별의 경계를 침바른 손톱 끝으로 뜯어내는 것은 달고나의 정석, 가위가 그림만 오려 내는 방식으로 골몰할 때가 있지요. 가위가 공백과 여백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떠난 것과 남은 것을 바라볼 때가 있지요. 아직 가위가 들면 여백이고 가윗날이 헛들면 공백인데요, 별이 망원 렌즈처럼 쏙 빼가버린 동그라미를 싹뚝 잘라내니까 가위가 드네요 가위가 남은 여백을 네모 반듯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일단 이부자리를 펴는 밤이 있지요.
가위가 양날을 꼭 다물고 침묵하는 방식으로 어딘가에 꽂힐 때가 있지요. 한 방향으로 직진을 하면 공백도 여백도 없는 것인데요, 오늘은 단도직입적으로, 딱 잘라서 말할께요.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쓱쓱 물감으로 칠하듯 써 내려가는 중에
번뜩이는 시상이 감칠맛 나는군요.
조금은 거친 듯, 조금은 세련된 듯
뭔가를 해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비치는군요.
젯소님, 언젠가 큰 것이 터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
올리시는 시를 읽을 때마다 읽는 맛에 즐겁습니다.
젯소님의 댓글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번 해볼꺼라고 폼을 잡았는데
늘 이렇게 쓰서 던져놓고 잊어버리고 하던 습관이 들어 엄두가 나지 않네요.
어디라도 던져야 파문이 질텐데
그냥 일케 살다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너덜길님, 좋은 도반님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반이라 부르시니,
며칠 전에 어떤 분이 댓글로
등단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뭐 등단하면 좋겠죠.
그런데 저는 진심으로 그러한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시를 툭 던져놓고
서로 읽고 읽히면서 즐겁게 시 창작하는
시마을이라는 장이 있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니깐, 이렇게 부족하나마 서로의 시를
읽으며 즐겁게 늙어간다면 행복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젯소님의 댓글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좀 관심이 있는것이
제가 상금 받고, 또 뭐라도 됐다하면
마누라가 지네 친구들한테 자랑도 한번하고 기를 좀 펼것 같아서요.
그런데 체질이 아닌듯 합니다.
심사위원들 안경 도수에 맞춰서 시를 손보는 일이
당체 재미나지를 않아요.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아직 속물입니다.
붉은선님의 댓글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잠이 달아났습니다~~ 시인님^*^
좋은시 잘 감상했습니다
젯소님의 댓글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구! 보나마나 아름다운 재숙 시인님! 누추한 마당에 보름달이 뜨는 것 같습니다.
시인님의 괄호들도 빠짐없이 열어보고 삽니다. 의식속에 시의 뼈대가 굳건하게 자리 잡으신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주 놀러오시기 바랍니다. 정말 감사 합니다.
미스터한공님의 댓글
미스터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신은 있어도
귀시인은 없나 봅니다
이런분 안데려가는걸 보면
안가는지 모르겠지만
시를 막 던지시는데
이러다 문단시인들 다 맞아 죽것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