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시월의 문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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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09회 작성일 20-10-09 11:17본문
답답한 시월의 문체들 / 백록
때는 시나브로 저물어가는
경자년의 계절
억겁을 품은 시월의 달이 어쩌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한바당 기슭에서 만년을 지킨 돌하르방에게도 얼토당토않은 마스크를 씌우더니
신단수에서 반만년을 산 단군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광화문에서 수백 년을 산 대왕도 장군도 마스크를 쓰고
섬에서 반백 년 넘도록 머뭇거린 나도 마스크를 쓰고
시원찮은 시를 쓰고 있다
마냥!
근심 가득한 어르신들은 저승 근처의 체본으로 쓰고
꼬물거리는 아기들은 흐릿한 이승의 행간으로 쓰고
너도나도 숨 막히는 세월을 숨 고르며
어설픈 시를 쓰고 있다
들녘마저 시들해지는 이 계절에 문득,
앙다문 돌하르방이 되어 침묵의 시를 쓰고 싶어진다
칼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은 시체가 되거나 말거나
하늬바람은 세차게 불거나 말거나
기약 없는 세월을 향해
묵묵히 선 채로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의 말씀 / 백록
바람이 탕탕 귀청을 때립니다
너는 어디로 가느냐며 질러댑니다
글쎄요 제가 갈 곳은 어디냐고 되묻습니다
이순이 넘도록 그것도 모르냐고 씽씽 꾸짖습니다
거리를 나뒹구는 낙엽을 보면 안다고 합니다
그래도 모르면 구름을 보라고 합니다
무조건 당신을 따라오라고 합니다
탕탕 소리를 지르며
나를 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