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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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14회 작성일 20-10-20 12:13본문
성 / 백록
천년의 애를 태우는 것 같은
애월읍 고성리에 가면
항몽의 성이 있다
파두리라는 이름의 토성이 있다
속상한 항아리의 울림 같은
항파두리성缸坡頭里城
나라 잃은 설움의 역사를 헤아리라는 건지
억울한 영혼들의 무덤을 파헤친 채
두고두고 보라는 소린지
내게도 그런 성들이 수두룩했었다
봉분을 둘러싼 돌담들이
산과 들로
언뜻, 성! 하고 부르던 순간
스스로 귀청을 뚫으며 장손의 부담으로 들썩였다
몹시 귀찮은 형용의 메아리로 울리며
때론 거룩한 형이상으로 파고들며
내 뇌리를 물어뜯었다
그러나 오늘의 성은 문득,
사내의 청춘을 불태우다 어느덧 사그라져버린
거북한 성질머리로 읽히는데
마침 난 지금, 몇몇 까마귀들을 벗삼아
내 姓의 울타리를 둘러보고 있다
탑돌이 같은 생각으로
그런 시간의 詩로
긴 세월 뿔뿔이 흩어졌던
쓸쓸한 터무니들
그 성들을 소환하며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둘기 이야기 / 백록
암컷 비둘기가 부러진 발가락 바닥을 짚고 더듬거리는데
수컷 하나 푸드덕 어디선가 날아왔습니다
둘은 날아갈 생각
전혀 없는 것 같은데
과연...
EKangCherl님의 댓글
EKangCher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심상이 뚜렷하게 각인됩니다..
좋은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런저런 성들이 무너져버린 시대
잘 버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