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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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23회 작성일 20-10-23 07:35본문
해가 뜨면 방안 깊숙이 햇살이 날아들던 집.
미루나무 위에서 매미가 청승맞게 울던 집.
할아버지가 긴 담뱃대를 물고 열린 퇴창문 밖으
로 학교에 간 손자를 기다리던 집.
여름밤이면 모깃불을 피워놓고 밤새도록 할머니
의 귀신 나오는 옛날이야기를 듣던 집.
화단에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 분꽃이 흐드러
지게 피던 집.
가을이면 빨간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리던 집.
저녁이면 행랑(行廊)에 불을 때 음메-음메- 우는
누렁이의 쇠죽을 끓이던 집.
하루 종일 꿀벌이 왱-왱-거리며 들락날락 하던
집.
늦가을이면 박들이 초가지붕 위에 옹기종기 매달
리던 집.
보름날이면 집 지키던 삽살개가 달에 비춰지는
제 꼬리를 잡으려고 빙빙 돌던 집.
추석이면 마당에서 마을 사람들이 북, 장구, 꽹
과리, 징을 치며 푸짐하게 놀던 집.
눈 내리는 겨울밤이면 화롯불 주위에 동네 처녀
들이 모여 앉아 고구마를 구워먹던 집.
짚으로 새 이엉을 얹으면 집 나갔던 말벌들이
자기 집을 못 찾아 잉-잉-거리며 울던 집.
처마 밑에 매달아 둔 씨옥수수, 씨감자, 씨수수
가 소슬바람을 쐬며 봄을 기다리던 집.
남새밭에서 갓 자란 상추며, 배추며, 열무를 솎
아 먹던 집.
차디찬 우물물 속에 김치를 시지 않도록 담갔다
가 꺼내어 먹던 집.
뒷산 느릅나무 위에서 수리부엉이가 부엉-부엉-
울던 집.
설이면 집 앞 동구 밖에서 동네 아이들이 널 뛰고,
제기차고, 윷놀이하며 놀던 집.
대밭 모퉁이에서 대추나무 도깨비가 불장난하며
놀던 집.
가을밤이면 높디높은 감나무에서 수수감이 툭-
하고 떨어지던 집.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들어차도 세월의
흐름을 가로막으며 목장승처럼 서 있던 집.
야트막한 산 밑에 아기 동산처럼 떠 있던 어릴
적 뛰어놀던 시골집 그립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명의 소산의 일어섬을 향해 묵묵히 하나둘 서로를 향하는 사랑의 얼개
같이 서서 같이 되는 길에 순전한 있음으로의 길이 마련됩니다
하나 둘 생동감으로 천상으로의 초대에 답하려 합니다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네요 시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