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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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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삐에로의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85회 작성일 20-10-25 19:08

본문

그럴싸한 시



                                    이승용


나는 지느러미가 없지만
오늘 큰 고래가 될 거거든

파도에 대한 시를 쓰려고
굳이 바다에 갈 필요가 없듯이
너에 대한 시를 쓰려고
애써 너를 만날 필요는 없잖아

납득할만한 목적지를 찾아
헤엄치다가 잠시 숨
막힌 척 수면 위로 향하며 적당히
뒤통수가 갑갑하다 하면 어떨까
누가 봐도 쓸쓸해 보이는 글귀들을 나열하다
노트가 짠물에 잠긴다 하면 어떨까

출렁이는 노트를 손쉽게 덮는다
어때
강가를 보며 연어로 시를 써보려다
고래를 데려왔어
거꾸로 가고 있는 건 맞지만
누구도 죽지는 않을 테지

내겐 네가 없지만
오늘 행복할 거거든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래가 뿜는 물줄기 같은,
신선한 느낌의 시로군요.
'내겐 네가 없지만, 오늘 행복할' 거라는
행이 내속으로 쏙 들어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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