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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30회 작성일 20-11-04 22:28

본문







밤이 왔다. 수많은 밤들마다 별이 돋았다. 아니, 별이 돋는 것이었다 하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지 모른다. 아니, 별이 돋는 것이었다 하고 나는 말했어야 했다. 난설헌이 시를 쓰다가 붓을 멈춘다. 그녀의 붓 끝에 별이

돋았기 때문이다. 별에는 무수한 가지가 있어서 그 가지 끝에 잎이 돋고 가 갸 거 겨 

원초적인 발음을 배우고 있다. 내 어릴 적 높은 장독대 올라가 간장항아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찝찔한 냄새 속에 맑은 물이 가득차 있었다. 밤만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항아리 안에 가득

물이 찼다. 나는, 항아리 안이 움찔하고 움직이며 수많은 밤들이 그 검은 공간 속에서

나고 지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사타구니에서 스물스물 검은 날개가 돋았다.

 

나는 미닫이문을 밀어서 닫는다. 나는 난설헌의 눈꺼풀이며 입술이며 그녀의 감각이 풀려나가 우주 한 구석으로 퍼져나가는 그 정적을 열었어야 했다. 그 작은 몸으로부터 비롯된 정적은 이제 나보다도 크다. 누군가에게 그 정적은 우주만큼 크다. 

미닫이문이 저절로 열린다. 미닫이문은 날 열었어야 했다고 

자책했던 것일까. 하지만 오늘밤, 차가운 바람이 모였다가 내 어깨를 툭 치고 멀어져가는 거리, 나는 

시멘트담장 아래 잠시 멈춘다. 내 누이가 시를 쓰고 있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 누이가 쓰는 시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나의 유년시절에 관한 것이었다. 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들을 학살하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바닷물이 온통 빨갛게 물들고 

돌고래들은 자해를 한다고 한다. 나는 연탄재와 빈 병이 굴러다니는 비탈진 언덕을 올라가 

연탄재와 깨진 유리조각들 사이에서 엎드려 있는 강아지 세마리의 시체를 보았다. 구더기가 강아지들의 눈알을 이미 파먹었다.

강아지들은 찡그린 표정과 비웃는 표정이 뒤섞인 시를 적고 있었다. 웬일인지 난 

그 시를 읽으며 황홀을 느꼈다. 그것은 호박꽃 초롱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휘청이며 허공으로 기어올라가는 

줄기를 바다에 던지던 기억. 내 유년시절의 문지방을 건너면 

아이 하나가 청록빛 풍선처럼 부풀어 조용히 터지고 있었다. 젊은 아버지께서는 열꽃이 번져가는 머리통을 가만히 들어올리셨다. 수줍은,

작은 원두막 아래 잘 생긴 수박통들이 팔다리 

잘려 굴러다녔다. 멀리서 폭죽소리가 들려왔다. 

머리에 흰 천을 질끈 동여맨 어부들이 새빨간 물결 속에서 

내장이며 지느러미며 두개골같은 것을 건졌다. 기차가 쏜살같이 명성산을 지나간다.


나는 누이의 시를 마저 읽는다. 시의 각막 안에 또다른 이의 각막이 있다.   


어둠 속으로 슬며시 헤엄쳐 사라지는 지느러미가 보인다.


난설헌의 뒷모습도 보인다.  


떠올라가는 물거품들이 희미한 가로등이 된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밤은 참으로 많은 이미지를 그려내는군요.
까치발로 궁금증 너머를 보던 깊은 항아리 속의 쩔어 쿰쿰한 냄새와
그 깊은 바닥을 밤의 모세혈관에 연결시키는 코렐리님의 사유가 깊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모였다가 내 어깨를 툭 치고 멀어져 가는 거리"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 시멘트 담장아래 가만이 서서 누군가를 바라보는 밤,
꽃망울 처럼 터지는 유년의 기억들을 부려놓고 지느러미를 드러낸 채 슬며시 사라지는
시인님의 밤을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간장독 안은 "내부가 움찔움찔하는 찝찔한 냄새 나는 동굴"이지요. 내가 본 가을밤을 이 동굴과 연관시키는 것은
사실 즉흥적으로 어릴 적 보았던 경험이 떠올라서요.
생각나는 것들을 막 부려놓아서 시가 좀 어수선합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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