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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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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66회 작성일 20-11-19 10:35

본문


이제야 편지를 올립니다. 밤 새 늦가을 비가 왔더군요. 


저는 늦가을 비가 올 때면 흉통이 있습니다. 

어제는 밤새 제 방의 네 개 벽이 흔들렸습니다. 

저는 이불 안에서 밤 새 끙끙거리며 새하얀 천조각같은 것을 부여잡고 땀을 흘렸습니다. 

발목이 잘려나가는 것 같더군요. 

무언지 외로워서, 어머니 태중의 저는 자궁벽을 걷어찼습니다. 자궁벽 바깥으로 지나가는 가을비 소리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양수의 철렁임과는 다른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꾸불꾸불 오르막길을 올라갔습니다. 내 유년시절 가시철망이 얼키설키 엮인 다 쓰러져가는 함석지붕 집이 보였습니다. 

주둥이에 마개를 뒤집어쓴 셰퍼드가 유독 날 보면 짖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집 주위로 한가득 사루비아꽃이며 제비꽃이며 수국이며 가꾸던 베트남 상이군인 아저씨는 하루 종일 꽃밭 속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기에서도 빗소리는 들렸습니다. 

아저씨는 잎이 부패한 늪과 짐승들의 배설물과 팔다리가 잘려나간 시즙을 뒤집어쓰고 계셨던 것일까요. 

오늘밤 늦가을 비 내리는 소리는, 무언가 후두둑 떨어져내리는 듯합니다. 톱질하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저는 이 편지를 이렇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여름 양수리 두물머리에 가서 보았던 그 넓게 펼쳐진 청록빛 잎들과 연꽃들. 

잎들과 연꽃들. 

이들을 발음해 볼수록 나는, 

제 속에 갈무리된 고통의 흔적들을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그것은 제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제 아버지의 젊은 시절 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까지 다다릅니다. 난순이는 여섯살 어린 나이에 온몸이 청록빛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져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기록들이 

마치 지류가 모여 하나로 합쳐지는 큰 강이 되듯

당신에게 모여들 것입니다.

가을비가 제 가슴을 열고 제 폐를 들어냅니다. 거기 연꽃들이 한가득 피어나 있습니다. 폐선이 한 척 맑은 물 안에 꽃혀 있습니다. 당신은 이 편지를 읽어주셔야 합니다. 

    

   


     

 


댓글목록

피플멘66님의 댓글

profile_image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양수리 두물머리가 그렇게 아름답다 하더군요
너무  아름다우면  고통도 있다고 느낍니다
저도요 ~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연의 고통의 궤적을 쓰면서
제 내면의 풍경을 거대하게 그려내야 하는데,
여력이 안되어 그냥 남기고 말았네요. 아마 피플멘님도 눈치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중에 채워넣으려고 합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04년 만에 처음이라는, 서울에서 시작된 늦가을 비가 밤새 추적이더니
아침에는 바람조차 갈퀴같은 손으로 허공을 긁어내리더군요.
한웅큼씩 은행잎 훑어 쥐더니 납짝 숨죽여 엎드린 승용차 지붕을 후려치며
내걸린 간판들 걷어차는 것을 보고는 불안을 뒤로 한 채 대구 출장길을 다녀왔습니다.
달리는 고속도로 앞 유리창이 안보여서 불안불안 했지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찾아든
창방 코렐리님의 글에서 맑은 향기를 느낍니다.
청록빛 잎을 디디며 건너 오는 시인의 편지는 오래 전부터 시작된 흉통이라는 것을 느끼며
맑은 물에 갇힌 한척의 폐선이 그려진 편지를 잘 읽었습니다. 코렐리표 향기라 해야겠지요?
잘 읽고갑니다. 고맙습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감기+피곤이 겹쳐서 잠들지 못하고 앓았다가 아침에 좀 나아졌네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시를 써보고 싶어지더군요. 마치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보내듯이요.
하지만 적어놓은 시를 보니 턱없이 마음에 못 미치네요. 언제나 이거다 하는 마음이 드는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연 고통의 궤적을 섬세하게 쫓아가면서 제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야 하는데,
잘 안되네요.

poet173님의 댓글

profile_image poet17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운영꽃부리 시인님 안녕하세요
코렐리 시인으로 필명을 바꾸셨군요
감기에 건강 잃지 마세요
사랑하는 시인을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
슬픈 시일수록 아름다운 법인데 이미 터득하신 것 같습니다
저에게 아르튀르 랭보와 비슷하다고 칭찬하셨죠
코렐리 시인은 일찍이 등장한 다른 시인과 격이 다른 신품인 것을 느낍니다
우리는 현실이 꿈이 아니길 바라는 행복감 속에 살고 싶듯
행복한 꿈이 아름다움이라면 현실은 가혹한 슬픔으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코렐리 시인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다른 어휘로 해석할 수 있다면 선생이 아닌 스승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50대 초반이니까 인생의 절반에 가깝게 사셨군요
천수가 120세니까 남은 인생은 슬프지 않을 아름다움으로 사셨으면 합니다
아름다움 속에 저를 기억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반갑습니다.
자운영꽃부리는 제가 전에 썼던 필명 맞네요.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다른이의 칭찬을 들을 사람은 뭇되는 것 같고 poet173님의 따스한 격려로 알겠습니다.
poet173님의 격려를 받으니 힘이 납니다.

항상 어떻게 시를 쓸까 고민하는 사람이니, 신품이란 말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다른 시 잘 쓰시는 분들이 웃으십니다. 

poet173님 시를 찾아보았더니 다 지우신 것 같습니다. 이미 올리신 시 두 편도 다 훌륭하십니다.
이미 비범하신 시들이니 자신을 믿고 먼 바다로 항해를 떠나셔도 되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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