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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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56회 작성일 20-11-21 11:32본문
소나무들이 낮게 허리를 굽히는
저 잔해만 널린 바다 한가운데,
청록빛 몸짓이 몸부림으로
짙어져가는 일이 드물었다.
그것은 산란하던 날치들이 갑자기 은빛 몸을 솟구쳐
예리한 지느러미로 휙휙 허공을 베는 것 같았다.
햇빛 안에 있다가 소나무 녹음 안에 들어오면
눈 앞이 깜깜해졌고,
소나무 속에 앉았다가 환한 바깥으로 나가면
눈알이 뽑히는 것처럼 아팠다.
빨간 구두 신은 소녀의 발목을
녹슨 톱으로 잘라냈다는
꿈틀리는 나무 등걸이 길 한가운데 꼿꼿이 서있었다.
조개 껍질마다 흩어져가는 전설
새하얀 천으로 덮인
나는 발목까지 그녀를 사랑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 발목과 그녀 발목이 맞닿으면,
조개껍질은 군데군데 깨져있고
잘린 발톱은 피 흘리고
소녀의 치아만큼
바다는 투명했으나
속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나무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허공은 내 키보다도 낮았다.
그녀는 바위 모서리에 걸터앉아,
지느러미 파닥이며 전어떼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댓글목록
poet173님의 댓글
poet17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운영꽃부리 시인은 언제 시집을 발간하나요
사서 읽고 싶습니다
출판하게 되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쪽지도 좋고
댓글도 좋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네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집을 소장하시겠다는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등단도 하지 않았고 시집을 낼 계획도 없습니다.
나중에 제 시에 좀 확신이 들게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인님,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시인님의 시를 자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저의 이기적인 속내를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실 여기 창작방도 전문 시인을 위한 시가 위주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 같이 시에 대해 지식이 없는 문외한인 독자는 다가가기가 어렵고 서먹합니다. 하지만 시인님의 시는 그 반대여서 좋습니다. 한글만 알면 읽어내려가는 족족 이미지가 선명하게 다가오니까요. 그 속에 나의 유년과 지난 시절이 있어 참 좋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냥 감기가 호되게 걸린 정도라 걱정할 정도는 아닌데, 여러분들께
괜한 심려를 끼쳐드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