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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저울과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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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2회 작성일 20-11-26 10:40

본문

디케의 저울과 칼 / 백록

 

두 눈을 가리고 오른손에는 칼을 쥐고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그 여신상은 그나마 양심이 중심이던 시대의 한 정신이었다
저울이 없는 칼은 한낱 폭력에 지나지 않으며
칼이 없는 저울은 무기력할 뿐이라는
법치의 표정이랄까

어쩌다 양 같은 양심은커녕 개 같은 양심마저 잃어버린 난
힘이 곧 정의라는 논리에 주눅이 들어버린 작금의 난
어디론가 처박힌 녹슨 칼과 고장 난 저울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두 눈 부릅뜨고 눈 가리고 아옹하는 눈치를 살피며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양심을 훔치며
K-2020의 시커먼 마스크를 쓴 채

마침, 텅 비워버린 운동장으로 겨울비가 내린다
가는 가을과 오는 봄 그 어간으로
계절을 저울질하는 눈 대신 추적추적
대설을 향한 소설의 빗줄기
하수구를 타고 흐른다
결국, 바다로 흐른다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이치
인간이 만든 法이라는 체본 탓일까
이 땅이 기울어진 탓일까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담배 / 백록


너는 나를 태우는
타르의 혼이다
나를 꼬드끼는
니코친의 불이다
그런 너는
나의 혼불이다

언뜻, 치명자산 그 기슭으로 비치던
희뿌연 소리
홀연, 그윽히 들리던 그림자
탄드라의 불 같은
열반의 소리
그런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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