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율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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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67회 작성일 20-11-30 18:11본문
평균율의 밤
일단 나는 어둠의 핵심을 보는 것이지만, 내 어머니께서는 빛의 한가운데서
말씀을 퍼올리신다. 그것은 심장소리. 내가 어머니 태중에 있을 때
어디서 심장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르페지오로 산산히 흩어지는 소리가
내 의식을 이루었다. 내가 어머니 태중에 있었을 때,
나의 언어는 고통이었다. 범나비가 원추리꽃이 산비둘기가 내게
끝없이 고통을 퍼다날랐다. 나는 밤이면 자궁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간다. 어머니 자궁을 닮은
웬 여자가 내게 자기 자궁을 내어준다. 계절은 놋쇠조각으로
허공에 매달려있었고, 청록빛 풍선처럼 터져죽은 소녀가
피 묻은 걸레로 놋쇠조각을 닦았다. 밤에는 모호함이란 것이 없어
좋다. 모호함이 없는 것은 예리한 고통뿐이다. 나는 인육을 씹어대는
후박나무에 대해 들은 바 있다. 그것은 규칙적으로 진동하는 잎맥을 갖고 있어
기슭으로 기슭으로 나는
엎드려 죽어가는 사촌형에 대해 글을 썼다. 내장이 안으로부터 찢어지는, 그것은 파악할 수 없는
아름다움같은 것이어서,
서너푼으로도 아무도 사가지 않는 글의 얼굴에
히야신스 피 묻은 하얀 천을 덮었다. 이제야 비로소
딱딱하게 굳은 사촌형의 얼굴이 웃는다. 나는 어머니 태중에 있을 때 이미
이 웃음을 들었던 듯하다. 그것은
황홀이 움터
오르는 소리였다.
댓글목록
젯소님의 댓글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육을 씹어대는 후박나무는 처음 듣는데 인분을 빗물에 개어 마시는 후박나무는 본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이 만든 나무 의자에 앉아서요.
코렐리님 때문에 시마을이 시수도 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시군요.
바하의 평균율을 들으며 이것을 어떻게 시로 환원시킬까 생각하다가
어설프게 적어보았습니다. 역시 아쉬움이 남는 글이네요.
젯소님 훌륭한 시 잘 읽고 있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어머니 자궁을 닮은 웬 여자가 내게 자기 자궁을 내어준다.' 이 시구에서 이미 평균율의 밤이 확 펼쳐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4행까지는 순정음율로 들렸고요. 5행부터 웬지 시가 전조한다는 느낌! 위에서 언급한 그 부분에서 포르티시시모를 느꼈습니다. '후박나무에 대해 들은 바 있다. 그것은 규칙적으로 진동하는 잎맥을 갖고 있어' 이 부분도 좋았습니다. 하여간 그랬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게 느끼셨군요. 정확히 시를 보신 것 같습니다. 의도만 그렇지 제 시는 엉망 같네요.
순도 높고 정확한 언어는 제 손이 닿지 않는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