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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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92회 작성일 20-12-01 00:01본문
첫눈
첫눈이 오는 소리를 기다리다가
그녀는 첫눈 오는 소리 그 자체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녀는 젖은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주홍빛 공간에 벚꽃들이 일렁인다. 그녀도 따라 일렁인다. 이가 드러나는 웃음에 주름이 잡힌다. 첫눈 오기 딱 좋은 날이다. 비단 자락이 서걱거리는 소리처럼 첫눈 오기 좋은 순간이다.
문지방 위에 선 그녀는 얼굴이 길다. 사슴이 끼룩끼룩하는 소리와 함께
눈밭을 걸어가는 듯하다. 그녀가 가는 자리마다 흰 눈을 기다리던 순간이 있었다.
에덴동산에서는 운무 자욱한 청록빛 숲 군데군데 새빨간 기둥들이
정적 속에 고개 숙이고 있다.
내리는 눈송이들마다 그녀의 뼈가 보인다. 나는 그녀의 뼈를 핥기도 하고 빨간 내 볼에 닿는 즉시 녹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복숭아뼈에서 시취가 풍겨왔다.
그 복숭아뼈는 위로 솟아오르기도 하지만,
나풀거리며 멀리 퍼져나가기도 한다. 그녀의 기모노는 젖기도 하였지만
첫눈은 아마 그녀를 멀리 바람 바깥으로 데려갔을 것이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인님의 모든 시를 좋아하지만, 이 시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네요. 제가 수십 년 전 엔딩크레딧이 스크롤 되고 관객이 물러간 러브레터 상영관 스크린 앞에 홀로 앉아 어쩔 줄 몰라 했던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코렐리님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즐겁게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 아마 시를 쓰며 제가 느꼈던 것과 같은 것을 느끼신 듯하네요.
저도 러브레터는 참 좋아했는데, 삿포로에 간다면 뭔가
써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 같은 시입니다
좋았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