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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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83회 작성일 20-12-02 08:18본문
묘 / 백록
잠시 외도를 떠나 한때 미친 혼들이 얼씬거렸을 것 같은 마을
그 광령으로 오르는 길목
마침, 어느 여인의 손에 이끌린 그림자를 밟고 따라간다
언뜻, 이승으로 떠올린 그 이름은 코니
내 아이들을 졸졸 따르던 그가 어느 날 다리가 부러졌지
안쓰러운 마음이 어설픈 솜씨로 깁스를 해줬지
그럭저럭 고쳐진 다리는 결국
왕할머니 손아귀에 이끌려 시골로 갔지
들리는 소문엔 어느새 잡종이 되었다는
마침내 서푼 헐값에 끌려갔다는
그는 사실 변종으로 팔린
개 팔자
어쩌다 그 그림자에 붙들린 발목의 생각이 어느 모퉁이에 다다랐는데
신작로의 개발에 치여 몸살을 앓고 있는 한 윤곽이 보란 듯 나타났다
그 담 안엔 언뜻, 짐승의 표정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무연고 묘’라는 팻말을 지키고 있는 듯
마치, 야묘野猫로 환생한 당신의 묫자리라는 듯
그 낌새로 보아 억울한 감정을 한껏 품고 있는 듯
아마도 원망이 서린 눈초리인 듯
무섭기도 하지만 차마 그를 눈 뜨고 못 보겠다
이 노릇을 어쩌란 말이냐
미안하다는 변명밖에
그놈을 그냥 거기에 두고 가던 길로 발목을 재촉하는데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냐
중늙은이 염불처럼 중얼거리는 소리를 따라
어수선한 이명을 마구 물어뜯는
영혼의 소리들
고양이 울음소리
개 앓는 소리
그새 헐떡이는 숨소리
묘한 소리들
더 오르다 보면
멍멍하고 묻는 소리에
야옹하고 대답하는
수상한 소리가 비친다던데
그건 또 뭔 소린지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찰 / 백록
세상은 온통 사찰이라는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이다
법학박사는 물론이고 교수며 판사며 검사며 변호사며 어중이떠중이 등등
하여, 하도 궁금하여 근처에 꽤 유명한 관음사를 기웃거렸다
마침, 삼보일배로 탑돌이에 열중하는 스님에게 다가가 넌지시 여쭈었다
‘스님, 요즘 속세에 야단법석인 사찰은 대체 무슨 뜻이옵니까?’
- ‘아, 그건 눈, 귀, 입, 마음의 네 가지로 삶의 이치를 살피는 거외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혹시 여기는 합법 사찰입니까?’
- ‘아니외다. 사찰에는 합법이라는 게 없소이다. 여기는 그냥 불법 사찰이외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도량이외다
실례지만 보살님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 아, 네, 부끄럽습니다만 詩를 쓰고 있습니다'
- ' 그렇습니다. 그 속에도 그 뜻이 있지요'
한참을 갸우뚱거리다 가부좌를 튼 불상을 잠시 뵙고 돌아오는 길 내내
한 가지 궁금증이 중생의 정수리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 스님의 배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싶은
몰래 수소문해보고 싶은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스님에게 배울 만한 것은 선문답이 아닐까요
답 같지도 않은 답답함을 선물하니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