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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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0회 작성일 20-12-02 22:44본문
글 한 자는, 그를 만들기 위해 들인 먹물과 잉크의 양보다도 가볍겠지만,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애먼 사람을 미쳐 죽게 만들지언대, 작금의 말이란 ― 심지어는 필자조차 벗어날 수 없이 ― 퍽 가벼이 유통되고 있으니, 글이라고 하여 다르겠냐마는, 언어가 총알이라면 글은 장약이므로, 총구에서 채 나가기도 전에 안에서 격발해버리는 불량 총알이라, 새삼스레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고, 대가리랍시고 없는 놈은 소총 한 자루, 좀 있다 싶은 놈은 무반동총, 고사포, 다련장포, 박격포, 자주포 노릇을 하다가 기어이 핵미사일 격납고까지 달고 다니는 와중에, 혹시 우리는 문명이 아니라 그를 사칭한 제노포비아*와 제노사이드*의 피비린내 나는 콜라보레이션의 요지경 안에 사는 것이 아닐까, 참으로 늦은 깨달음을 미련스레 곱씹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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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enophobia: 이방인(외국인) 혐오증.
* Genocide: 특정 종족을 학살하는 행위.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생각나네요
군대에서 읽은 책인데
참 어렵게 썼다고 생각한 딱딱한 소설로
노벨문학상 후보작이었다죠
피탄님의 댓글의 댓글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활자는 그 자체로 폭약입니다. 노벨도 폭탄 상인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