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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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83회 작성일 20-12-25 03:59본문
바퀴벌레
안방에서 아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날카로운 쇳소리에 놀라 아내에게 달려갔다. 아내는 침대 한쪽 모서리에 기대어 모로 서 있었고 살구씨만 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방바닥을 질주하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바퀴벌레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렇게 밤의 에피소드는 끝이 났다. 잠이 오지 않아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 어둠을 바라다보았다. 어둠은 천둥과 번개와 가뭄과 장마를 잘 버티고 견뎌 낸 열매일지도 모른다. 한낮의 붉은 태양을 안고 뜨겁게 쓰러져 본 자만이 칠흑의 어둠을 만날 수 있다. 어둠은 어둠 속에서 기쁨과 사랑과 절망과 상처와 고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어둠이 없는 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 너덜너덜해진 그녀를 사랑한다. 방향감각을 잃고 질주하는 미물의 바퀴벌레 한 마리를 사랑한다. 클라이맥스일 때 툭 하고 끊어지는 변두리 극장의 영사기처럼 어둠이 지나갔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코로나조심하시고
문운이함께하기를
고맙습니다
홍시님의 댓글
홍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고맙습니다. 건강과 문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