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또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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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8회 작성일 20-12-29 11:49본문
바다 또 바다
갯펄이 차라리 뜨거웠다.
가마우지며 청둥오리들 검은 갯펄에 숭숭 뚫린 구멍들로 부리를 집어넣고 있었다. 깡총 몇 걸음 뛰어 피안으로 건너가 버린다.
진흙 묻은 부리로 아주 먼 해조를 타고 커다란 나무배가 썩은 배가 여기까지 다가왔다고 한다.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 일이다. 구공탄 불 속으로 아주 작게 오무라든 할아버지 적 일이다. 칙백나무 잎에 내 손 씻으면, 그 썩은 배의 썩은 갑판에서 시취가 풍겨왔다고 한다. 흰 천으로 얼굴을 덮은 배가 해무에 가리워진 염증으로 가득한 폐가 헐떡이는 뚜껑을 자기 몸 위로 덮었다고 한다. 내 뼈마디 안에 굳어버린 소금의 층이 쩍쩍 갈라지는
지금은 건조 때라
바닷물이 등대 옆구리로 밀려나고
어부며 어부의 아내들이 심연 주위를 서성이다 뜨거운 발바닥으로 집엘 돌아가는 저녁. 가슴을 드러내고 찝찔한
소금기 덮인 얼굴, 꿈틀거리는 해삼들이 기어오르고 있는 얼굴, 끈끈한 난소(卵巢)로 덮인 얼굴, 고독의 날줄과 고통의 씨줄이 서로 얽혀 버스 정류장 곁 위로 올라가는 닳은 계단 나는 아내가 없고
어부의 아내들은 바닷속 제 집으로 걸어들어가고 그녀들 다리 사이에서
하얀 어린 것들이 계속 튀어나오는 것인지 혹은 아예
닫힌 것인지 아직 뜨거운
갯펄 위로 어둠이 내렸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인생을 흔히 고해에 비유하듯 행복과 고통이란 것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겠지요. 그래도 인간은 사유하는 존재이므로 각자의 방식대로 중심을 잡는 것이 의미가 있을 듯하네요. 중심이라면 어쩌면 총구의 가늠자와 비슷할 거라 여겨집니다. 자신을 스스로 통제함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표적 앞으로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을 풀어넣고 자아를 확장시키고자 시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