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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의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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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4회 작성일 21-01-05 11:02

본문

동안거의 해변에서 / 백록
 

어느덧 어둠을 삼켜버린 술시를 지나 해시를 기웃거리는 소한小寒의 기슭이다
한때, 하얀 모살들이 희끗거리던 파도와 멸치들 몸살로 뒤섞이며 배꽃으로 비쳤을까
아니면 하얀 물새를 몰려들어 호수로 비쳤을까
하여, 지금의 이호梨湖일까 싶은 곳

콘크리트로 길게 근심을 품은 방파제엔 철골의 통증 같은 목마의 등대 둘
백마와 적마의 모가지가 마치 지난날의 돛대다
그렇다 목마른 테우의 허기다
그 안으로 원담이라는 독살이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예전엔 파도와 멸치들 날뛰던 포구라던데
여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시사철 관객들 득실거리던 바당
이름하여 거창하게도 이호테우해변

총총한 별들이 전설처럼 그리워지는 이 지경에 젊은 날의 불륜마저 낭만이라 되씹고 싶은 야속한 이 심경에 불야성의 눈총들이며 아우성의 발길들마저 깜깜무소식으로 전해지는 이 밤에 중늙은이 호주머니로 쓸쓸함이 느껴지는 초라한 이 시간에 나를 기다려줄 이 하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흐릿한 눈에 띄는 건 기껏 텅 빈 카페를 지키며 떨고 있는 형광의 초롱초롱한 조명들 뿐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난한 이 어둠이 지나고 나면
동녘으로 외로운 이 순간들을 지우는
둥근 생각 하나 붉게 비치겠지
대한大寒의 오름을 벌컥 삼키며
새 입춘立春의 조짐으로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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