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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예술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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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4회 작성일 21-01-13 02:22

본문

(1)

부업으로 시를 쓰는
어느 잘난 실업가의 이야기;
문학에는 범재였으나
경제에는 수재였었던
그는 돈을 말마따나
갈퀴로 쓸어담는데도, 시가
그리워서 등단했단다
제 이름으로 시집도 하나 냈고
사업은 불경기라 아주 약간
위험할 뿐, 그럭저럭 견뎌서
용케 다른 곳에 돌린다고

그는 성공한 예술가다



(2)

시를 향해서 오체투지한
어느 남루한 문재의 이야기;
이것 말고는 다른 길이
어디에도 없었던
그는 삼시를 라면만 먹고
아니 그조차도 없는데도
그저 시가 좋다고, 실실 웃다가
석 달 뒤에 발견됐다
똥오줌도 제대로 못 가리던
쇠약한 몸으로 바닥을 기다가
무슨 이유인지 숨이 떨어져
아무도 없이 홀로 갔다

그는 실패자다



(3)

비생산적인 짓거리로 자본 그 자체가 되는 이만이
예술가라 불릴 자격을 가진다

비생산적인 짓거리는 그저 비생산적인 짓거리라면
그게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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