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란 회오리가 자신의 내부를 잠시 들여다보는 동안 요동치는 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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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63회 작성일 21-01-23 02:07본문
육체란 회오리가 자신의 내부를 잠시 들여다보는 동안 요동치는 동체이다
지군
활주로에서: 덜컹거리며 질주하던 이파리들이 일제히 이륙한다 메아리는 바닥에서 활활 타다가 새를 남긴다
일찍이 바람에 우산이 뒤집혔다 다시 보면 그건 흙의 영혼이요 나무의 육체요 나의 현대이다라고 적고는 바닥에 누워 며칠씩 몸살을 앓다가 문득 사는 것과 죽는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한 편을 끝내는 것처럼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까지 덮으면 두 발은 항상 이승에 남는다 어딘가에 자꾸 멍이 드는 기분이 인생이 될까 봐 걸을 때마다 흘깃흘깃 오른쪽을 쳐다보는 근대가 생겨났다 왼쪽 가슴에서 날려보내지 못한 새의 글썽거림 때문에 나는 대부분 녹이 슬었다
그림자에 초점이 맞춰진다 겨울은 에코가 많아서 떠나지 못한 야윈 말들의 꼬리가 질질 끌려나간다 여름의 잔상마저 모두 지고 나면 누군가 뼛속에 스며들어 흐느낀다 그건 육체가 조금씩 물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동공에서 벌어지는 난투극이다 한밤중에 나무가 아무도 모르게 뒤란으로 나가 바람을 토한다 헐벗은 창문이 입을 틀어막고 꺼이꺼이 우는 내륙에서 나의 중세일 뿐이나니 하루 종일 중얼거리는 자폐가 나의 노후라면 날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모여 있는 풀밭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지겠다
육체는 울음의 장례 같군 그건 세계의 태명이다 발목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이 폭우에 맞춰 춤을 추는 처연한 안무 같은 것들이 안에서 육체를 뒤흔들다 사라진다 주먹도끼를 쥔 채 죽은, 호머 사피엔스의 눈 구멍에 고여 있는 국화 향이 오늘밤 내 몸에서 흘러나온다 촛농처럼 찍혀 있는 인류의 발자욱을 어루만지다가 어렴풋이 나는 내가 눈물인 걸 느낀다 육체가 울고 싶을 때 인류는 서로를 부등켜안고 성기에서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아기가 웃을 때 눈 앞이 깜깜해지는 육시랄 놈의 세계여! 육체가 울음으로 변하는 가역 반응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수평선을 향해 날아가는 바다 때문에 지구는 핑- 돈다
굉음: 죽음의 본
살얼음 안에서 물이 흐른다 그런 식으로 웃던 나무의 호주머니에서 발견된 텅 빈 둥지가 끊임없이 오늘의 뉴스에 뜬다 적막 속엔 굉음이 있다 동태는 영혼이 육체를 방랑한 후 왼손으로 쓴 붓글씨이다
양력: 물 위의 흰 새는 서쪽으로 분다 물 밑의 흰 새는 동쪽으로 분다
동쪽으로 날던 오리가 나 몰래 자꾸 불시착한다 날개는 누군가 오른쪽 문으로 다녀온 저승의 여운 같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꼭 읽어볼만한 작품입니다
고맙습니다^^
지군님의 댓글의 댓글
지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상 님을 통과했으니
너무 민망해 하지 않아도 될까요?
가장 날개가 클 때가 불혹 같아요. 좋은 시 많이 지으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