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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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굽다
시간이 자정을 건너가도 내 머릿속에 사는
참새들은 잠들지 못하네
조잘거리는 소리를 쫓고 싶어 나나무스구리의 '사랑의 기쁨' 스피커 볼륨을 키워도
누군가 베림박을 타고 오르는 소리
옆집 노인 숭어 잡는 소리
버스 종점이 가까울수록
핫바지 속에 바람처럼 빠져나간 사람들
열 아그래 해안선을 비추는 달빛처럼 출렁거리지 말자
세월의 어느 간이역에서 만난
어떤 여자도 외줄을 긋고
액셀을 밟았지
침대 밑에 켜켜이 쌓인 녹슨 기억들
오늘을 단절하지 못해,
손톱 끝으로 벽을 타오르는 시곗바늘
길 건너 슈퍼마켓도 이 밤 고독의 섬에서 쩔쩔매고 있네
오래전에 지운 옛 추억 하나가
하얀 돛을 세우고 가막만 바다를 가로질러 가면
싱크대 서랍장 냄비 속에 숨겨놓은 어머니 비밀 봉투
신사임당 민화들이 수군거리고
새벽 두 시 십오 분
철조망을 쳐놓은 창문 사이로 밤새 바람이 가탈을 부리더니
문틈으로 바람의 피가 흐른다.
까맣게 태운 새벽을 구독한 조각달이
창밖에 허벅지 거지고 서 있는 목련나무 위에
숙박부를 쓰는 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어둠을 빠져나온 조각달이 목련나무에 숙박부를 쓰는군요///
시인님의 닠 희양이라는 말은
제주에선 하얗다는 소리라서
잠시 착각했습니다
ㅎㅎ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불면의 밤을 표현했는데
모자람이 많습니다
희양이 제주에서는 그런 뜻이 있군요
희양은 제교향 옛이름입니다
고맙습니다.
1활연1님의 댓글

...
도무지 무슨 말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절경은 말이 없다,
이런 말만 읊조리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