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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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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웃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21-02-28 10:27

본문

 

하늘을 수북이 인 무 집어 들고

햇살 빛 얼굴 환하던 이웃할머니

동네 오직 기역자 굳은 허리 들어 흙 묻은 옷 털며

덥석 손에 쥐어주신다

 

한날은, 뒷집 아흔 아줌마도 거뜬히 걷는데 나만 땅을 봐

지금 세상에 나 혼자만 이래서 마음고생 말도 못해 눈물 보이던

자식들 자랑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던

오며가며 안부인사 몇 마디와

밭 가 풀 위에 앉아 끄덕끄덕 귀히 들어드린 걸.

 

무가 잘들었어. 먹어 봐

 

자식들 주고 남는다며 한바구니

깍두기로 생채로 몸통이 몸속에 머문 동안

바람과 눈에 바싹 말라 꼿꼿한 저 잎줄기들은

물에 불려 삶아 볶으니 이제 다시 살아

내 밥상에 곱게 앉아 어서 먹어 재촉해댄다

 

누군가의 한 끼가 되어봤던가

누군가의 한 끼로 산 적 있나

그 속에는

우리의 푸른 날들이 오롯 담겨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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