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9회 작성일 21-03-15 02:17본문
동백은 목이 잘렸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나뭇가지는 더 굵어졌으며 나뭇가지는 더 썩은 냄새 풍겨왔으며 흙은 더 검어졌으며 시취가 떠돌았다. 황금빛 찐득한 즙 흘러나오는 지평선의 눈동자에선 돌맹이가 굴러떨어졌다. 돌이 눈을 깜빡거린다. 깊고 검은 항아리 안으로 기어들어가듯이.
어떤 동백은 하얗다 못해 타오른다고 한다. 작은 누이가 돌무더기들 쌓인 잎 속 꽃대궁이 가여운 봄 삼월 끄트머리에서 목이 잘렸다. 거기 돌무더기들 중 가장 차가운 것을 골라 중심으로 중심으로 가지를 헤집고 들어가다 보면 벚꽃이 발돋움하여 목련이 발돋움하여 내 심장 혈관 막힌 가장 단단한 기억 속에 수면이 찰랑거리고 수면이 퍼렇게 무섭고 파문의 일렁임이 흐느끼다가 흐느끼다가 아이 하나 집어삼켰다고 한다.
내 어린 누이동생은 병이 많아 병보다도 꿈은 더 많아 나날이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다가 어느날 망원경의 깨진 렌즈 가시 철조망의 빛나는 손톱 봄의 솜털들 속으로 날아가버렸던 기억이 난다.
동백의 잎은 청록빛이지만 햇빛을 반사하기도 하며 돌담 마주보고 말 한 마리 갈기가 광분하여 뛰어든 연못 산굼부리 거대한 돌 위에 올라앉은 우리 어머니 쪼그라든 두개골에 작은 유채꽃 송이마냥 나이테들이 정적에 한들거리고 있는 것이 서러웠다.
댓글목록
피플멘66님의 댓글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설마 목이 잘리진
않았을거예요
목아지를 떨구었겠지요
말이 말씀이 되면
복이 되고 말이
씨부린다고 하면
욕이 될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목아지를 떨구었기에
붉게 타는 이유일것 같아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습하고 모든 것이 썩어가는 습지에 깊이 들어가서 동백꽃을 보았으니,
동백꽃이 눈물을 흘리며 붉게 탄다하는 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함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