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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돌담 안으로 훔쳐본 동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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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5회 작성일 21-03-17 00:26

본문




검은 그림자 습지에서 놓여나오다가 검은


바위덩어리를 쌓아올린 담을 만났다. 짙은 녹음 쌓아올려 형체와 소리를 만든 


그런 담. 


향기를 피워올리는 초봄, 허물어진 것도 허물어지지 않은 것도 아닌 


그런 담 위로 하늘이 높았다. 족도리풀들 지친 연못 위로 


가파른 계단들이 날아갔다. 피어있는 것도 져버린 것도 


아닌 동백꽃을 그 담 안에서야 제대로 보았다. 뼈가 아롱이는 연록빛 


지붕 그늘에 갈앉는 유채꽃 


그것은 피어버린 것도 살아가는 것도 아닌 날


단단히 닮은, 피어가는 것도 


흘러가 스러져버리는 것도 아닌 초봄, 동백꽃은 스러지기 쉽고 한낮은 황홀하고 매끄러운 햇빛은 멀리 


보이는 텅 빈 마루 위에서 뒹굴던 내 유년 시절 진홍빛 사루비아꽃 꽃대 가만히 


흔들어대던, 


초봄은 늘 혼자 찾아와 초봄은 


늘 가장 먼저 죽던. 따슨 흙 속에 쇠똥구리 누이 


손가락뼈와 함께 묻히던. 






 


댓글목록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제가 가진 시에 대한 관념을 하나하나 뒤엎어버리려고 하는데
참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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