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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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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18회 작성일 21-03-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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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르방 



내가 잠시 머물렀던 호텔은 근경으로는 유채꽃들이 만발한 벌판 그 너머로 에메랄드빛 바다를 안고 있어서 현관 앞에 청록빛 잎들과 황금빛 감귤 향기가 두 그루 아주 은밀하게 초봄의 녹음을 지나가는 이들의 정수리에 쏟는 것이었다. 그러면 끊임없이 반짝이는 고통을 유채꽃들이 파도처럼 밀어오는 것이어서 아주 멀리서부터 나는 은갈치떼들이 바닷속을 떼지어 헤엄쳐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가령 검은 구멍 뚫린 바위더미 쌓아올린 담벼락에 우두커니 선 돌 하르방이 그러하였다. 작고 뭉특한 코를 용암의 흔적 안에 숨긴 이 남자는 도대체가 아무렇게나 다듬은 시어가 목마르다는 듯 꿈틀리는 햇빛을 두 손으로 꽉 붙잡으면서 시어의 바깥으로 기어오르려 하는 것이었다. 나 또한 창틀에 몸 기대고 손톱 밑으로 다가오는 파도를 하얗게 느끼며 돌 하르방을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둥그렇게 닳아버린 시대정신과 유행에 뒤쳐지다 못해 그런 것들 따위 초월한 간략한 몸통 그리고 흙 속으로 깊이 숨어버린 하부를 갖고 있었다. 삼각형과 정사각형 그리고 타원형의 문패가 만나 빙빙 돌아가는 그 남자의 얼굴은 검었다. 버섯을 아주 얇게 펴서 그 균사로 얼굴 가득 덮고 시어라기보다는 침묵에 가까운 무향(茂香) - 지극히 차가운 돌에 가까운 내 심장이 이미 깨지고 뭉그러진 지 아주 오래라는 듯 치켜든 고개와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산굼부리 혹은 그보다도 높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서서히 예까지 내려온 지도 몰랐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 그렇다면 저 무수히 속삭이는 유채꽃들은 왜 이리 낮은 것일까? 왜 내 폐와 내 심장에 이리 가까운 것일까? 그는 닳디 닳았지만 낮디 낮았지만 은갈치처럼 지느러미를 부르르 떨었다가 용암처럼 치열한 침을 땅에 뱉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는 꿈틀리는 유채꽃들의 바다에 가라앉기도 하며 다시 떠오르지 않기도 하며 영영 내 발걸음 나는 죽음이 이 세상의 끝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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