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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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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1회 작성일 21-04-05 23:55

본문

눈 내리는 오후




눈이 내리는 줄도 몰랐다. 그러나 날 파고들어가는 작은 헝겊. 그것은 내 누이가 떠나가던 날, 

얼굴을 덮고 그 위에 분홍꽃을 놓았던 것이었다. 핏줄이 그 아래 통과하여가는 

작은 손톱같은 것이 보였다. 


그 순간도 꽃말이라는 것을 갖고 있었을까? 청록빛으로 녹슨 철조망에도 날카로이 세운 칼날이 있었다. 곰팡이 낀 

방의 벽을 내 두 손바닥으로 밀며, 

창을 여는 순간 이미 닫힌 창문을 상상하듯이. 불 타오르는 

검은 연기 입혀주며.  


눈이 내 망막 안으로까지 날아든다. 헝겊처럼 구겨진 누이가 활짝 펴져서 허공 속을 나풀나풀 날아가 버린다. 사철 꽃 피지 않는, 

목련나무는 하반신이 없다. 


불 켜지지 않은 가로등, 이 순간도 시라는 황홀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시리고 으스름한 표정들의 변주 - 떠밀려가는 궤적들을 

건반처럼 짚어나가는 눈송이들. 


내 발이 푹 푹

심연 속으로 빠진다. 


칙백나무가 조용히 눈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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