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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02회 작성일 21-04-21 04:3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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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으로 늘 장님처럼 창문을 닫았다.

흐릿해진 나의 늙은 각막을 남에게 줄 수도 없어서

커튼을 길게 드리우고 긴 침묵으로 속죄했다.

가끔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들어 올 때면

다른 언어들이 내 어두운 방에 스며들기도 했다.

고양이의 비명과 실패한 40대의 비현실적인 언어가

지금이 밤임을 알 수가 있듯

나는 좁은 방 중간에 캔버스를 걸어두고

깊은 어둠에서도 분간 할 수 있는 색을 칠하려 노력했다.

가끔 개짖는 소리가 한가한 오후의 오해와 화해를 선사하기도 했지만

옅은 표정들의 대가 일뿐

누군가 난도질 해 놓은 오후의 결말에는

행인 하나를 살해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나는 또 다른 죄책감으로 한동안 캔버스 곁을 떠난다.

시력을 잃기 전, 낯익은 허밍이 젖은 커튼을 설레인다.

배경의 중간이 비어 있던 캔버스가 어둠속에서 빛이 난다.

더듬거리며 붓을 고쳐들었을 때

창문 밖으로 허밍은 나의 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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