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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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7회 작성일 21-05-15 12:52본문
봄여름가을은 갔고
겨울만 있는 나는
무엇 하나를 끝낸 적 없고
또 무엇 하나도 이루어 놓은 것 없다
스스로 일어서 고민하고 부수며 다시 쌓고
쌓은 끝을 가진 적이 없어
내 길 없이 남의 길에 서성이다 말았다
먹자골목엔 어김없이
크지 않은 그만그만한 식당들이 모여
장을 나갈 수 없는 식당주인들에게
채소와 몇 가지 과일들 생선들을 싣고
누비는 꼬마짐차가 있다
그 사이 길 한쪽
여든 가까운 노인네가 손수레에 똑같은 상자들을
자기키 보다 높게 싣고 걸어가다가
다발배추 한단 꺼내들고 잠시 다녀오더니
되돌아와 상자위에 올린 뒤 손수레 안으로 들어간다
첫 개시일지 모를 상품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일어서는 하얀 머리카락
라디오에서 때맞춰 정선아라리 가락 흐르는데
인생의 고개 어디쯤 놓인 마음을 풀어냈을까
끝닿은 데 없는 나와 저 행상하는 이의 삶은
이미 빈가지 나무이련만
푸른 싹 틔게 해줄 햇살 다시 본다면
셀 수 없는 봄여름가을을 건너온
우리의 겨울에도 아직 끝은 남아
너무 늦어버린 시간은 아니라고 하겠지
수없이 헤매야 겨우 그길 보일지 어찌 아느냐며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잔잔하게 시가 읽힙니다.
어쩌면 짜지 않게 담담한 이런 시를 쓰기가 더 어려울텐데.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부탁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