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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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463회 작성일 17-12-10 15:10본문
음악한권
문정완
장마가 다녀간 벽, 못의 중심이 흘러내린다
모든 소리가 잠겨 있는 집, 서너 평 쪽방 녹슨 고요가 끓어오른다 표지가 지워진 악보 한 권 가슴뼈가 드러난 체 죽어있다 방바닥에 약봉다리, 엎질러진 컵, 몸을 지우고 나온 옷 한 벌 그가 방목한 글자들이 비뚤하게 쓰여 있다 방목은 방목이라고
음악이 빠져나온 낙타의 몸에서 모래가 풀려 나온다 음악은 퉁퉁 부어 있고 노래에서 녹물이 베였다 풍경에서 파열음이 다녀간다 끓어오른 음표에서 풍장 냄새가 났다 건기를 끌어안으면 어두운 쪽부터 멍이 솟았다 나는 자주 사막에서 고열병과 부닥친다 모래를 삼키면 그림자가 자랐다
동공에서 톱밥 같은 건조한 눈이 내렸다 고산지대를 다녀온 발에서 물소리가 새어 나온다 검게 그을린
음표들이 지나갔다 지표의 층층에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급류가 묻어있다 포도의 피부는 왜 검은 빛일까 그 속을 등사하면 우기와 바람이 쌓여있다 나무는 흔들리는 방향으로 기울기를 가진다
유일한 목격자인 종이봉지만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악이나, 시나 그걸 표현하는 마음은 같겠지요
다만, 그 수단이 활자인가 음표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요즘, 아직 실명 안 된 제 남은 한 눈이 온통 붉게 충혈되어서
그런지 몰라두
심장을 찌르는 붉은 활자에서
화들짝, 놀라고 갑니다
좋은 시에 머물며
" 희서니, 너는 왜 사니?"
자문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문정완 시인님,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혈흔으로 그린 시 같습니다.
요즘은 고독사니 고립사니, 문명이 솟구치는 세상인데도 폐색한 곳에서
홀로 쓸쓸하게 저무는 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녹물로 그 사인을 알아챌 수 있을지,
이 세상 구석 쪽방들은 무슨 음악을 각혈하고 있을지.
그 음악 참 처절하다.
문정완님의 댓글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세상 모든 존재론은 음악 한권이다 싶습니다 각자의 악보 한권을 들고
어느 기슭을 돌아가거나 각자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니까요
아직은 시의 안개속에서 길은 찾는 문청일 뿐 좋은 시라는 과분한 말씀은 채찍이라 여기겠습니다
비토방에 가시면 새로 올라온 시들이 있습니다
해박하신 안쌤의 고견도 놓아주시면 비토방이 환하겠습니다
다녀가신 발걸음 고맙습니다^^
나탈리웃더님의 댓글
나탈리웃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악한권에 대한 해박한
해석이 있어야 읽을수 있는 시 입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잡초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객혈 하는 쪽방, 아무도 찾지않는
녹슨 음표속에 풍장 냄새가 나는 음악 한권
문명화 속에 단절된 개인주의에 가치관속으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아하는 세상
예전에 보았던 가난한 음학회가
새롭게 퇴고된 음악 한권으로 앍혀지는 시간입니다
문정완 시인님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