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3회 작성일 21-06-17 03:29본문
엄마의 바다
포개진 수평선은 비어 있었고 파도는 계속 섬을 핥고 있었다.
천정에는 저 혼자는 눈 못 뜨는 장애를 가진 하얀 얼굴 하나가
업혀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
벽마다 보리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던 방
엄마는 그 누런 바다에 누워 입을 벌리고 둥둥 떠 다녔다.
엄마는 새벽마다 일어나 바다를 건너 또 다른 바다로 갔다.
육지를 찾지 못했는지 몇년이 지나도 엄마는 계속 누런 바다에
누워 입을 벌리고 둥둥 떠다녔고 누런 파도는 계속 어린 나를
핥고 있었다.
어느날 엄마가 더 이상 누런 바다에서 입을 벌리지도 않고
잠들지도 않은 채 서 있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누런 바다에는 돌섬만 있었다.
텅 빈 포개진 수평선만 멀미나도록 보였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내리면 하늘보다 짙은 푸른 바다가
있었다.
주저 앉았던 그 푸른 물결 가득한 그것은 바다가 아니었다.
내 속에 엄마가 입을 벌리고 둥둥 떠다니던 누런 바다를 가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던 거대한 벽이었다.
벽마다 보리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던 방
엄마는 그 누런 바다에 누워 입을 벌리고 둥둥 떠 다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