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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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8회 작성일 21-08-12 09:55본문
노을 / 백록
네가 저토록 붉게 물들인 까닭은
저물녘 천길 벼랑 끝에서 통곡하고 있는 것이더냐
피를 토하는 회한이더냐
아님, 이승의 자궁이 품은
환생의 통증이더냐
저 진통이 만약 내생의 나를 위한 몸부림이라면
오늘만큼을 꼬박 밤을 지새우련만
시커먼 창공에서 나를 닮은 별 하나
두루두루 뒤져보련만
삼백예순 오름을 헤매던 노루의 기억을
어설피 이식해서라도
만년을 아득바득 은하를 품은
백록담을 졸라서라도
기어코!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일忌日 / 백록
간만에 하늬바람이 불었습니다
덩달아 귀신 같은 여우비가 내렸습니다
내내 들썩이던 코로나도 잠시나마 옴짝달싹 못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로 나돌아댕겨야 힘을 쓸 텐데
오늘따라 홀로 처박힌 까닭으로 꿈틀댑니다
주방엔 다른 하나가 언제나처럼 구시렁거리고요
아버지의아버지가방으로들어갔습니다
그 방은 곧잘 방방 뜨던 가방으로 읽힌답니다
철없는 철새의 이정표가 다닥다닥 붙어있으므로
한 많은 할망의 혼이 떠도는 구천으로
언제 떠날지 모르므로
병풍으로 사방팔방이 막혀버린 그 방은 어쩌다 가짜 방이랍니다
간혹, 이날에만 들락거리는 저승의 구석이랍니다
정성 어린 어동육서와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를
지방이라는 명분으로 촛불을 켜고 지키는
현조고학생부군의 젊은 신위神位가
불현듯 나타났다 사그라져버릴
소지燒紙의
이상은 며칠 후에 비칠 풍경의
기시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