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 왠지 코스모스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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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281회 작성일 21-08-31 09:33본문
이 가을엔 왠지 코스모스가 싫다 / 백록
애초의 카오스로부터 탄생했을 너는
이름하여 코스모스다
우주, 그 공간의 스페이스와는
전혀 낌새가 다른
지구는 지금
도로 카오스다
어수선한 이 가을의 들녘엔 어느덧
코스모스 만발했을 것이다
코로나의 변이로
스멀스멀 피고 있을 거다
모름지기의 모습으로
스산하게
색색이 지랄맞게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등으로 화장을 고치며
무지하게 피었을 테지만
순정의 꽃차례라며 날 유혹하겠지만
왠지, 널 만나기가 두렵다
계절의 통증 같은
이 가을엔
그러나 다행히
이 가을엔 한가위가 있다
그 가운데 하얀 고무신을 신고 오시는 님들이 있다
나는 기꺼이 그들을 맞을 것이다
환해지던 그날에
환히!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順과 純으로의 부름이 향연을 이름합니다
曲과 哭의 불협화음이 자연의 향내를 겨냥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녹턴(Nocturne) / 백록
들고양이 신음인지 어느 섬집 아기 울음인지
한밤중 터무니없는 곡조다
어느새 어처구니를 잃어버린 늙은 철딱서니
가위에 눌린 채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마침, 마로니에 울긋불긋해지는 소리
칠칠맞게 비친다
루루 루루 루루루
어렴풋이 꼬리가 무수히 달린 여우가 얼씬거리는가 싶더니
느닷없는 잠꼬대의 비질이다
우우우......
불면의 아침이슬이 서럽게 울고 있다는
이명의 전갈이라며
저만치 백로가 희끗거린다는
청맹과니의 콧노래라며
홀로 아리랑이라며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다 / 백록
난 지금 산다
쥐 죽은 듯 산다
사람 죽은 듯 산다
죽지 못해 귀신처럼 산다
간혹 나무처럼 산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흐느적거리지만
가급적 옴짝달싹 아니한 채
그렇게 산다
늘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