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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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2회 작성일 21-09-05 17:22본문
대략난감 / 백록
오늘은 팔월 초하루를 대신한
모둠벌초하는 날
어쩌다 난감해져버린
대강의 줄거리다
도래물 너머 메모루 공동묘지에 아직 가족묘지로 이장하지 못한
하필이면 오늘따라 동행하지 못해 부득불 무연고가 되어버린
어느 친척의 산소를 찾아 헤매던 거기는 어쩜
옛 사슴들의 넋들이 물씬 풍기는 터무니
지금은 어느덧 노루들의 은신처로 변한 곳이리라
사람들 자취라곤 한 해에 한 번쯤이나 얼씬거렸을까 싶은
오늘이 그날인 셈이다
그야말로 비석마저 통째로 삼켜버린 칡넝쿨이며 억새들이며 고사리들이며 등등의 무명초들이며 억척같이 우거진 것도 모자라
저들끼리 악착같이 서로 얽히고설키고 그 트멍트멍으로 귀신 같은 엉겅퀴들조차 살벌하게 덤벼들고 오매불망 우리를 기다렸을
가시들은 마치 자왈자왈 지껄이며 흡혈할 태세였으니
서툰 낫 한 번 쓸 겨를 없이 한참을 그들에게 붙들린 채 진땀으로 사정사정하며
주변머리 봉분들에게 수소문하며 헤매다 끝내 주소불명이 되어버린
어쩔 도리 없이 불초不肖가 되어버린
어처구니들의 대략난감
오늘의 대강 줄거리다
거기엔 보랏빛 칡꽃 몇 송이
절 보란 듯 웃고 있었다
칠칠하게, 아니
칙칙하게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칡꽃 / 백록
붉은 근심의 넝쿨로 파란 하늘을 품었다
칠칠맞게 혹은 칙칙하게
사뭇 얽히고설키더니
구월의 기슭을 뚫고
보랏빛 피웠다
보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