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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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6회 작성일 21-09-08 14:00본문
그런 사람
오래전 부스스한 머리칼을 휘날리며 내게로 다가오던
그 사람이 나보다 먼저 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밀양시장 골목길 지나 허름한 얼음공장 옆
단칸방 구석에 쓰러진 그 날처럼
더 이상 코피 흘리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늦은 밤 무작정 걸었던 나의 전화를 순순히 받아주던 그 사람
그래서 두세 시간을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는 시를 들려주며
온갖 하소연 쏟아내던 나를 바람처럼 웃어주던,
그런 날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학교 근무시간 중 농땡이 치고 유유히 낚싯대 들고 나가선
감천항 근처 바다에서 시(詩)를 건져올리던 그 낭만이
빳빳한 신사복과 금장한 넥타이로 가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땀이 범벅이 되도록 삽이며 곡괭이며 도끼를
숨이 끊어질 듯 내리칠 때도 우리는 아프지 않았고
또한 도무지 고된 줄을 몰랐던 시절
사랑은, 책으로만 입으로만 키워지는 것이 아님을
병꽃나무 개나리 영산홍 감나무,
어리고 여린 뿌리들을 함께 심으며 알았다
그런 날들이
그런 사람이
언젠가 내 떠나가는 날 내 머리맡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최후의 내겐, 그보다 행복한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므로
생의, 아픔 쌓인 눈을 나는 웃으며 감을 수 있을 게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은 욕심꾸러기?
농담이고요.^^
소주 한 잔처럼 투명한 시인님의 시구가
저의 심장을 찌릿하게 만듭니다.
파테이테 섬에서 고갱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냉소와 열정,
하나뿐인 친구를 떠나보낸 미치광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늘 좋은 시,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루의 묵은 때를 시인님의 시구로 샤워해봅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 깊은 말씀 고맙습니다.
시를 위해 투자하시는 날건달님의 도전에 응원을 보냅니다.
귀한 열매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좋은 시로
한 잔의 차처럼
온기잃은
마음 한 켠을 덥혀 주는군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마운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시란 먼저 시 쓰는 자신을 위로해야 남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작은 생각입니다만,
어떨 땐 썼다가도 부끄러워 지워버리곤 합니다.
깊은 가을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