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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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317회 작성일 21-09-12 14:20본문
요양원
대면접촉은 금지된 거라서
잘 지내시지예,
여자는 면회 유리창 건너편으로 짧게 눈인사를 보냈다
일흔 셋의 여자가 아흔이 넘은 여자에게 재롱을 부렸다
연속극보다 레슬링 보는 걸 더 좋아하셨던
외할머니는 보일 듯 말 듯 엷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대면접촉은 금지된 거라서
여자는 직접 만든 단술을 쪽문을 통해 들여 넣곤 요양원을 나왔다
요양원 출입문 손잡이를 미는 여자의 낡은 손가락 사이로
생의 수많은 지문을 대신해
단술의 하얀 밥알 몇 개가 뭉개지고 있었다
대면접촉은 금지된 거라서
거리엔 빗방울들도 서로의 간격을 유지한 채 내렸다
요양원 앞 도로에선
여자를 기다리는 택시 운전사가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껌을 씹고 있었다
며칠 후 외할머니 가셨다고, 전화가 왔다
대면접촉은 금지된 거라서
우리들끼리 치렀다는,
외삼촌의 서늘한 한마디가
어머니 주무시던 안방 모퉁이를 덩그러니 맴돌고 있었다
댓글목록
뻐꾸기님의 댓글
뻐꾸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관찰과 서술이 애틋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감의 말씀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좋은 시절이 왔으면 합니다.
뻐꾸기님께 귀한 문운이 함께 하길 빕니다.
좋은 저녁 되시길.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스하고 서늘한 세상의 이면이
뭉개진 밥알과 단술맛으로 다가오는 군요
간격이라는 말이 가슴 시리게 느껴지는
너덜길님만의 향기가 가득한 시입니다
가슴 뭉클하게 읽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잘 썼다는 말보다,
공감한다는 말 한마디가 더 힘이 되곤 합니다.
화려한 색채의 그림이라 한들 아무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면 어디에다 쓸 건가고 생각도 합니다.
라라리베님이야말로 우리 시마을의 자랑입니다.
늘 품격 있고 싱싱한 시어를 들고 오시는 발걸음을 기다리곤 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靈이 차지한 암묵의 힘으로 세상사 높은 힘에
자기의 성찰을 이입한 아름다움이 건전합니다
온유함이 되어 자연의 맥동과 함께 했으면 더 큰 시가 됐으리라 봅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 감사합니다.
더 큰 시는 좀 그렇고, 더 진솔한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빕니다.
tang님의 댓글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적인 교호도 자연의 맥동과 연괸이 큽니다
진솔한 역량이 호흡의 크기를 말하게 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