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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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1회 작성일 21-09-22 12:58본문
ABBA
성당의 제대 앞에서
공장의 용광로 속에서
페유에 찌든 작업복에서
어느날 중풍으로 쓰러진 할머니의 병상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한 남자를 보았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댓바람부터 스스로를 십자가에 못 박는 남자를 보았다.
손대면 톡 터질 것 같은 진물 나는 아린 열 손가락을 잘라내지 못하고 결국
손가락 끝마디에 목을 맨 한 남자가 있었다.
한평생 부르튼 손바닥과 철사처럼 꼬인 굽은 등골 사이로 대못을 박고 다니던 그 남자.
지나가던 개미 새끼조차 요리조리 발걸음을 피해 다니던 그 남자.
끝내 죽어서도 부활하지 못한 한 남자의 무덤 앞에서 나는
그를 'ABBA' 라고 부르짖는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ABBA가 홀로그램으로 부활했더군요
그런 아바가 언뜻 아빠로 읽히는군요
할머니에겐 아들이 되겠군요
시상으로 품은 그 깊이를 헤매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불효자라 그런지
늘 추석이나 설 연휴 때에만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네요.
부끄럽습니다.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 조금은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명절때면 더 생각 나시겠습니다.
마지막 행이 조금 뭉쿨하네요.
애처로운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구룹 아바가 생각나네요 그 아바가 아니데...
추석연휴 잘 보내셨나요? 내일이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우시길...
늘 건필하소서, 날건달 시인님.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습니까?
어떤 글일 읽다가 'abba' 라는 단어를 접했습니다.
오래전에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성서(신약)에는 '아빠(abba), 아버지' 라는 표현이 세 번 나온다고 하더군요.
어떤 논문에도 "Abba Isn't 'Daddy"("아빠는 '대디'가 아니다")를
예시로 들며 아랍어 아빠'abba'는
나이를 불문하고 자녀가 아버지를 부를 때
노인(남)을 부를 때도 사용했고
제자가 스승을 부를 때도
'abba'라는 호칭을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추석 연휴에 선친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봤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니 조금은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ㅎ
졸 글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