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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00회 작성일 21-09-25 01:30

본문

시장길


지루하다 못해 시무룩한 토요일 오후

시장에 갔다

공용주차장에서

관상동맥처럼 뻗어진 미로 같은 시장길에서

사람들이 두름으로 묶여 새끼줄에 매달려 있었다

염장한 소태 같은 수많은 얼굴 뒤로 시큼하기도 하고 

쿰쿰한 소리가 한소끔 왁자하게 달아올랐다

비릿한 터널 같은 좁은 골목에는 

새하얀 허벅지를 드러낸 무와 

짙푸른 원피스를 입고 춤추는 산나물과 

라틴 세일처럼 펼쳐진 지느러미가 

기다란 바닷속을 첨벙첨벙 뛰어다니고 있었다

질척거리던 골목에는 창자를 긁어낸 간고등어처럼

짭조름한 밀어들이 저물녘 뒷바라지로 가라앉는데

아내의 장바구니에서  

한 소녀가 수줍게 걸어 나와 나풀거리며

해조음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점점 짭조름한 맛을  가진 시가 되어가는군요.
시를 위해 애쓰시는 마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합니다.
시장길 지나 집까지, 온 마을까지, 날건달님의 시가
닿기를 응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졸 글에
늘 격려의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많이 부끄럽습니다.
어떠 시인들은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숱한 밤을 불면으로 지새운다고 하던데요,
제가 쓴 글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낮에 울어대는 까마귀 울음처럼
공허함을 느낍니다.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토요일 오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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