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헌책방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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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342회 작성일 21-09-27 14:25본문
보수동 헌책방 골목
갈매기의 꿈
그리고 나의 꿈
더 멀리 어린왕자의 꿈
무수한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들이 날아들던 골목
그곳엔,
파리의 말테처럼 생각에 잠긴
얼굴이 핼쑥한 헌책들이 해가 지도록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눈이 내리면 눈을 툭 털고
비가 내리면 젖은 옷자락을 쓰윽 문지르고
어린왕자처럼
헤르만 헤세의 싱클레어처럼
책들의 숲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지
책들이 추파의 눈짓을 던지면
추파에 못 이겨 기꺼이 유혹당해주던 가을 같은 마음이
물관 체관처럼 오르내리던 골목 낡을수록,
좋은 건 사랑이라 썼던
옛 시인의 눈동자 닮은 가로등이
마당, 삼중당 문고 표지의 명화처럼 고색창연하던 골목
그렇게 책들의 푸르른 고유명사였던,
보수동 골목을 걸어나오던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윤동주의 희귀본 하나 어렵사리 구해 손에 든 날
자갈치 시장 들러 후후 불며 먹었던 호박죽처럼
모든,
저물어가던 꿈들을 밀어올리듯 속이 뜻뜻해질 때면
나는 46번 버스를 타고
세상의 끝 마을 보수동으로 간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어가 작은데 '의'를 많이 사용하여 함축성과 있음을 축소시킵니다
사물감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화자의 의지가 실종되기도 합니다
'의'의 원 사용 용도인 체공 상태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체공이 되어 시심이 원대하고 장대해도 상관 없어야 하는데 그렇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르침의 글 감사합니다.
좋은 계절 지내시길 빕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가을에,
참 잘 쓰셨다는...
마치 마음에 드는 차 한 잔을 차분히 마신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게 느끼신다니, 제가 더 행복합니다.
실제로 차 한 잔 마시는 기분이 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시입니다.
고나님의 좋은 시도 곧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적 청계천에 가끔 가곤 했는데 그곳에 헌책방들이 많은걸로 알고 있어요.
어린왕자,삼국지, 노인과바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골목은 아니였지만 헌책방 나라 같더군요.
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보수동 헌책방 골목 저도 꼭 가고 싶은데 멀리 있을거 같네요.
시인님 시로남아 그곳을 상상해 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기 부산에 있는 보수동 골목을 쓴 시입니다.
어쩌면 마음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지금은 야위었지만
세상의 모든 책이 다 있을 것만 같은 곳이었습니다.
감상의 말씀 감사합니다,
별별하늘하늘님의 댓글
별별하늘하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너무 좋아서 책을 꼭 끌어안고 잠들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헌책방에 있는 책들은 모두 처음엔 새책이었죠. 누군가의 품에서 꿈이 되고 추억이 되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는 주인을 떠나 모인 책방, 그래서 새책으로 가득한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시 잘 감상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정한 말씀 감사합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새책이 헌책이 되고 세월은, 또 우리 사랑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지요.
고운 저녁 되시길.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훌륭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읽은 너덜걸 시인의 시들 중에서 외손에 꼽히는군요.
허나 언제부터 타인의 시풍을 모방하지는 않을지가 궁금합니다, 고맙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미상님의 좋은 시 기대하겠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