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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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89회 작성일 21-11-17 05:50본문
아침
검은 청설모가 아침부터 젖은 흙과 잔디와 참나무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어젯밤에는 이를 갈며 스스스하는 울음소리를 밤 새 내더니 말이다.
전에는 보일 듯 보이지 않고 후다다닥 소리만 들려오더니
이제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본 체 만 체 흙 속에 묻어 놓은 도토리알들 찾는 데 열심이다.
귀 하나와 눈동자 하나 그리고 얼굴 반 편이 없다.
연이는 밤 새 기침을 했다. 내 폐는 피고름을 쏟았다.
얕은 물의 입자가 허공에서 천천히 지붕으로 내려온다.
무게 없는 깃털과 내 심장의 고통을 저울질할 생각인가 보다.
고양이 한 마리가 차로에 납작 찌부러져 죽어있다.
빨갛게 뺨이 물든 나뭇잎들 서걱서걱 뭉게구름 사이에 숨어
예리한 유리조각들 내 폐 속에 흘려 넣는다.
황홀한.
댓글목록
바리움님의 댓글
바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가 상수리나무 위로 돌멩이를 휙 던졌어요 청설모가 다람쥐를 다 잡아먹었다고 투덜대며 숲속이 쓸쓸하다고 재미없다고 그렇게 떠나가 버렸어요 오늘 아침 난 복합골절을 앓고 있는 상수리나무 뿌리 속에 알밤을 감춘 비밀뿐인데 아이는 나더러 다람쥐를 다 잡아먹었데요 무고를 밥 먹듯 저지른 어른들에게 아이도 무고하는 법을 배웠나 봐요 조금은 화도 나지만 내가 숨겨 둔 열매를 다람쥐가 가끔 훔쳐 가지만 그래도 참고 견딜 거예요 저물녘이 오면 아이도 내 마음 정도는 알아줄까요?
아, 얼마 지나면 겨울이 오겠죠
오늘 아침에는 검불 속에서 낯설지 않은 시취가 코끝에 맴돌아요 바륨처럼 아침의 경련 속으로 빠져들어가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침의 시작을 기분 좋게 하게 되네요.
삼생이님의 댓글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 완성의 작품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미완성의 작품을 좋아 합니다. 강요 없이 그저 내 영혼에 맡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회에 출품 하시려면 결말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훌륭한 작품입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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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너무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점 유념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