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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15회 작성일 21-11-20 09:48

본문

/ 백록

 

  

 

술아!

너는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가

, 해를 따라 왔는가

글쎄올시다

   

언제부턴가 나는 취한 상태라

늘 몽롱한 가운데라

여태 알쏭달쏭하지만

아마도 까마득한 날에

에덴동산 어느 바위 움푹 파인 곳으로 뚝 떨어진 사과의 썩은 시체가

그 시즙屍汁이 나의 원천源泉인 듯합니다만

그 냄새가 하도 독하여 닭 모이 쪼듯 마시다 보면 어느새 취하여

맹물처럼 목구멍으로 수리 술술 내려간다고 하여

술이라 이름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중들 중, 개중 땡중들은

속히 해탈을 도모하기 위해 나를 곡차라 속이며 혹은 유식한 척

반야탕이라 지껄이며 퍼마셨다는데

글쎄올시다

 

나와 친한 어느 스님은 왈,

술은 술이고 물은 물이라던데

어리석은 중생들은 썩을 대로 썩은 나를 함부로 들이키며

나를 취하는 순간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그 의중을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며

늘 횡설수설 떠벌리며

허우적거린다는데

   

술아!

너는 과연 어디까지 가는가

, 달을 따라 가는가

글쎄올시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처럼 / 백록

사철 푸르게 살며 겨울이면 기어코 꽃 피우는 동백처럼 살고 싶다/ 비바람 눈보라 몰아쳐도 끈질긴 뿌리를 붙들고 꽃 피우는 억새들 사위처럼/ 육신은 말라 죽었어도 끝내 꽃 지지 않는 당신의 허연 영혼처럼/ 섬 중의 섬 이어도를 꿈꾸던 비바리며 보재기들처럼/ 망망대해를 향한 남방큰돌고래의 활기찬 몸부림처럼/ 울 할망의 성정 같은 한라산의 근심처럼/ 때론 천년을 침묵한 돌하르방처럼/ 그럼에도 삼백예순날 오름들의 호연지기처럼/ 언젠가의 승천을 향한 불꽃처럼/ 그 섬의 처음처럼 활활 살고 싶다

선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그 언젠가 '술마시는 밤' 이란
졸글을 올린 적 있지만..

올리신 시에
공감하며
머물다 갑니다
술은 때로 이 괴로운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과음은 물론 경계해야 하지만..

----------------------

술 마시는 밤

취한 세상에서 몸 가누지 못해
꿈에서만 말짱한 정신.
망가진 몸에는 술이 독(毒)이라는데,

저승으로 가던 달빛이
차마 발걸음 떼지 못하고
깊은 하늘에 주저 앉는다.

그 달빛에
나를 헹구니,
눈물빛 앞서는 이승의 사랑.

소롯한 어둠 깃든
아슴한 추억의 언저리에
고요히 새겨지는 가버린 날들.

빈 가슴 가득
외로운 순간마다,
잘못 길든 삶의 아픔 부여안고
남몰래 숨겨 타오르는 그리움.

어둠 너머 사라지는 먼 소망,
다시 품 안에 너를 간직할 수 있을까.

취한 세상에서 몸 가누지 못해
꿈에서만 말짱한 정신.
망가진 몸에는 술이 독(毒)이라는데,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술의 기원이 모호하여 횡설수설합니다
ㅎㅎ

술이 毒이라는 걸 모르고
취한 김에 항아리(酉)로 착각하여
술 酒가 되었다는 썰도 있읍디다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주에서 벌린 술판에 끼어 들어도
취하지는 않네요 ㅎㅎ
취하는 맛에  마시는 술
술에 물 탄듯
물에 술 탄듯
횡설 수설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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