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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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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4회 작성일 21-11-23 03:43

본문

달밤




달이 거기 있었다. 올려다보니 젖은 스펙트럼으로 불타고 있는 

구름 사이 높은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높은 데서 혼자 

시를 쓰고 있었다. 그 높은 데서 혼자 

떨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가로수 하나와 깊이 잠든 스페인풍 집 하나가 거기 조응하고 있었다. 나는 내 꿈 속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었다. 달빛이 닿아 내 신경이 아팠다. 자꾸 눈이 쓰리고 눈물이 났다. 나는 이미 죽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메타세콰이어나무 아래 누군가 작은 돌을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둥둥 북소리가 울렸다. 내 꿈 속의 길을 걸어가는, 나도 모르는 사람이 거기 있었다. 얼굴 가린 잎들이 부스럭거렸다. 진홍빛 잎 하나가 달빛에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느 잎의 호흡이 내 뺨에 닿았다.


다시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산란한 빛 퍼뜨리며 거울 하나가 조용히 떠가고 있었다. 달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씩 찌든 영혼을 청소를 합니다
음악을 듣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 본다던지...
혹은 달을 보려고  가을 창문을 열어  놓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네요^^
시인님 시
때 낀 어제의 영혼이  말끔히 청소가 되었네요
활짝 웃음  한줌 놓고 갑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국 하늘에서 바라보는 달이 참 무언가 아련하고 먼 느낌을 주네요. 이국의 달이 제 마음을 씻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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