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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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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21-12-01 10:12

본문

 

고향



내 고향 저수지에 아이 하나 빠져죽고 아이 하나가 이쁜 누나 쫓아서 민들레꽃 물고서 무릎밖에 안되는 

퍼런 물에 빠져 동동 떠오르고 당숙모는 밤마실 갔다 돌아오는 길에 여우한테 홀려서

 

굿푸닥거리 연이어 해도 끝내 여우를 쫓지 못하고 밤마다 산길에 나가 이슬 함빡 가시나무 사이를 헤메다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밤에 혼자 마루에 나와 먼 산 바라보면 황소만한 불덩어리가 숲 속이며 산등성이를 


어른어른 나타났다 사라졌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 보이셨다던 어린 어머니. 혀 짧은 목소리로 심통 부리면 


몰래 불러다 엿을 주셨다던 외할아버지. 인민군이 총을 들고와 황소를 내놓으라고 하자

가슴팍 열어제끼며 여기다 


총을 쏘라고 대드셨다던 외할아버지. 제사가 많았던 우리 외갓집, 제사가 끝날 때마다 

제사주를 훔쳐마시고 취해서 댓자로 마루바닥에 뻗으셨다던 우리 어머니.


보랏빛 자운영들이 산천을 뒤덮으면 콩밭따라 이랑이랑 펄럭이던 군데군데 

진한 햇빛이 고여 찰랑이기도 하던


어린 어머니의 고향

몇 장 사진으로 남아 지금도 체온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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