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이 식으면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찻잔이 식으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우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9회 작성일 21-12-16 20:01

본문

찻잔이 식으면



아직 헤어지기 싫어 남아있는 푸른 잎사귀마저
혼자 살 때도 되지 않았냐며 말하는 바람의
점점 차가워지는 입김에 못 이겨
나뭇가지에서 차츰차츰 떨어져 독립을 해갈 때

홀로 청색 폴 메이저 외투를 걸치고
덕진 연못 내다뵈는 하늘못문고리를 당긴다

쌍화탕 가득한 향이 진하다 못해
바람마저 붙들어 매어 그 찻집 앞에
진한 향을 품고 머물러 있을 때
처음으로 나 홀로 하늘못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그 누구 한 명 없는 고요한,
내 외투 색과 같은 시간에
덕진 연못 물결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단정한 주인아주머니가 건네시는 메뉴판에서
황차를 고른다

바깥의 쌀쌀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창가에 앉아
주인아주머니가 소박한 목재받침에 내온,
더운 김이 올라오는 조촐한 황차 찻잔 하나와 보온병 하나

녹차를 발효시켜 황색을 띠지만 청아한,
은근한 향을 내뿜어 미소를 잣게 하는 황차를
한 모금, 한 모금 입술에 머금는다

아직도 나무 자락엔 청록 몇 가닥이 버티고 있다
그 모습 보며 상감청자 비슷한 찻잔에 황차를 벗 삼아
이태백 술잔에 취하듯 황차를 음미한다

첫 잔 비우고 나니 아쉬워 다시 한 잔
두 잔 비우고 나니 따스해 다시 한 잔
석 잔 비우고 나니 매료돼 연거푸 한 잔, 또 한 잔

모차르트가 흘러나오는 하늘못 황차는 향이 오래 가
몇 잔을, 보온병 몇 병을 비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서서히, 서서히 첫 잔의 향기는 초심을 잃어간다

처음 와 본 하늘못에 천천히 익숙해져갈 때 즈음
바람처럼 첫 감흥도 흘러가버렸다

아마도 첫사랑도 이런 것이었을까,
모든 첫 번째는 찰나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황차를 마시듯 머릿속에 스며들자
마지막 잔을 채우고 콧속 깊이 황차 향을 들이 마신다

처음은 찰나지만 그 여운은 평생 가듯이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올 것만 같은 이 향기, 이 풍미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술에 마지막 모금을 머금고
온기가 남아있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다

그 온기 다할 때까지는 나가지 말자,
따스했던 첫 잔이 온기를 잃은 마지막 잔이 될 때까진

손바닥을 데웠던 황차의 온기가
더 이상 찻잔에 남지 않게 되자
미련을 버리고 찻잔에서 손을 뗀다

마치, 창가 밖으로 내다뵈는 나무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마지막 파란 잎새가
드디어 나무를 뒤로 하고 독립을 하듯이

들어왔던 자리로 되돌아 발을 뗀다,
잠시 머물렀던 이 공간에,
식어버린 찻잔과 보온병 하나를 남긴 채

그리고 언젠가 다시
나무가 새 아기들을 가질 때면
나도 다시 이, 첫 번째 황차 잔을 기울였던 자리에 앉아 있겠지,
따스했던 찻잔이 마지막 온기를 잃어버린 찻잔으로 변해가듯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4,570건 6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4220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3-27
34219
피날레 댓글+ 2
청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3-27
34218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3-27
342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3-27
3421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3-27
34215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3-27
34214
은퇴식 댓글+ 1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3-26
34213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3-26
34212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3-26
34211
벚꽃 댓글+ 1
이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3-26
34210
김밥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3-26
34209
살만 한가요 댓글+ 1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3-26
34208
지나간 비 댓글+ 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3-26
34207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3-26
34206
별소리 댓글+ 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3-26
34205
어촌의 아침 댓글+ 1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3-26
34204
개나리꽃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3-26
34203
목련꽃 댓글+ 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3-26
34202
봄산 댓글+ 1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3-26
34201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3-26
34200
비는 늘 좋다 댓글+ 1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3-26
34199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03-26
34198
마술사 댓글+ 2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3-26
34197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3-26
34196
철쭉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3-26
3419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3-26
34194
밥냄새 댓글+ 2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3-25
34193
거울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3-25
3419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3-25
34191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3-25
34190
슬픈 소설 댓글+ 2
청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3-25
34189
목련 댓글+ 2
상당산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3-25
34188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3-25
34187
목동의 노래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3-25
34186
콩나물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3-25
3418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3-25
34184
사랑과 평화 댓글+ 1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3-25
34183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3-25
3418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3-25
34181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3-25
34180
하늘 공원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3-25
34179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3-25
34178
무제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3-25
34177
쭈꾸미 댓글+ 2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3-24
34176
벚꽃 축제 댓글+ 2
청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3-24
34175
흐르는 창 댓글+ 4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3-24
34174
희망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3-24
34173
수선화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3-24
34172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3-24
34171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3-24
34170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3-24
34169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3-24
34168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3-24
34167
봄비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3-24
34166
아지랑이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3-24
34165
그리마 댓글+ 2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3-23
34164
만두 라면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3-23
34163
억지춘향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3-23
34162
밤비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3-23
34161
농부의 손길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3-23
34160
친구야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3-23
34159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3-23
34158
봄비 속에 댓글+ 1
소리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3-23
34157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3-23
34156
다비식 댓글+ 2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3-22
34155
봄은 댓글+ 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3-22
34154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3-22
3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3-22
34152 월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3-22
34151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3-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