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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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보세요죽선이지죽선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7회 작성일 21-12-19 13:25본문
일식
극장간판에는 여인의 나체가 깃발처럼 펄럭거리고 있었다. 개찰구 옆 개구멍으로 내 몸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갔다. 캄캄한 영화관에는 숨죽인 호흡들과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영사릴이 회전하는 소리는 엄마의 젖가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영사렌즈에서 뿜어져 나온 광선은 먼지 속을 꿰뚫은 어느 화가의 붓끝처럼 스크린을 묘사하였다. 새하얀 천 위로 여배우의 젖가슴이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침은 가득히 고이고 턱은 고정되고 충혈된 눈알은 빨랫줄에 매달린 바싹 마른 명태처럼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불륜과 치정의 복수가 막이 내리고 사람들은 환호하고 그 속에 나는 없었다.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들은 고통과 불행으로 포장된 보석상자를 들고 급하게 극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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싣딤나무님의 댓글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큭 대단하네요.
여보세요죽선이지죽선아님의 댓글의 댓글
여보세요죽선이지죽선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동네에는 유독 판자촌이 많았어요.
까까머리 중학교 다니던 어느날, 책보따리 옆구리에 끼고 친구들과 어울렸던 어느 하루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감삽니다. 싣딤나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