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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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42회 작성일 21-12-19 13:59본문
김일성이나 스탈린이나 맥아더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일평생 한 사람도 죽이지 못했거나 죽일 수가 없었고,
남에게 큰 패배를 안겨 주거나, 사람들을 지배하거나
숙청을 할 수도 없었고, 공산주의나 민주주의를 지켜 본 적도 없고
외삼촌, 아버지, 남편, 아들, 친구, 오빠로 나누어져서
원래도 작은 이름이 가루가 되버린,
일평생, 목욕탕에서 사람의 몸 구석구석, 손닿지 않는 더러움들을
씻고 인류의 내일을 지킬 아이들을 키우며, 함께 늙어 온 아내를
사랑하며, 좋은 일만 하다가는 한 사나이의 동상이 여기에 있다
굳이 광장에 세워 기념하지 않는 것은
남의 앞길을 막지 않는 신념을 기리는 것이고
굳이 단을 돋우어 높이지 않는 것은
남을 높여서 살았던 자세를 기리는 것이고
서둘러 철거를 해서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은
부질없는 입신으로 남의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는
위인의 사랑을 기리는 것이라,
여기에 뚜껑을 닫고
63년에 걸쳐 완공한 테라코타 동상 하나
내일의 광장에 부친다.
댓글목록
여보세요죽선이지죽선아님의 댓글
여보세요죽선이지죽선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참 좋네요.
제가 만든 뼈대는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은지
살아온 시간이 너무 습하고 비린내가 철철 흘러넘쳐서인지
찰흙을 붙이면 자꾸만 땅바닥으로 떨어져내립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건데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고행상이나 겨울 나무 같은 앙상에 이를려면
고행과 상실을 지불 해야겠지요.
요즘엔 앙상이 눈부십니다. 그려.
죽선이요? 전 죽돌이는 알아도,
한 때 나이트 노래방 대포집 죽돌이였거든요.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오래머물며 표지석같은 시를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