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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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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2회 작성일 21-12-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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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길



                                                      - 신지식 선생의 하얀 길을 읽고


나는 등나무꽃이 좋아 하늘하늘 중력을 벗어나 그 자줏빛 하나 하나 바람에 형체를 흩놓아가는 


나는 길이 끝없이 이어지면 가만히 서서 길 끝에 귀기울일 때 죽음이 들려온다던 그녀의 이야기가 좋아 그녀가 창을 열어놓고 파란 하늘을 제 안에 들여놓을 때 등나무 소곤이는 소리 들려왔을까 


길이 지평선 너머 무슨 풍경으로 불어갔을까 이랑 이랑 숨이 가빠했을까 능선을 타고 삼월의 꽃가루가 불려왔을까 오늘은 서랍 속에 놓아두었던 그녀를 꺼낸다 내가 만주에 있을 때 일이다 


내가 만주에 있을 때 창밖에는 온통 하얀 길들이 사방으로 뻗어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 하얀 길을 뭉게구름이 절뚝이며 지나갔다 길 위에 서서 귀기울이면 아무도 들려오지 않았다 팥떡 이야기를 자주 해주시던 선생님은 하얀 길에 뚫린 구멍이 되셔서 수레바퀴 덜컥덜컥 경이라는 중국소녀는 그 이쁜 얼굴 한가운데 여름이 돋아서 여름이 길게 그어져 어룽지는 물무늬 흩어지는 얼굴을 모을 수 없어 하얀 길 끝에 작은 집 한줄기 연기 모락모락 하늘로 올라갔다 등나무 꽃들 사이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캄캄한 방에 뚫린 투명한 창을 시로 쓰면 길가에 그 많은 등나무꽃들이 약속이나 한듯 한꺼번에 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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