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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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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7회 작성일 21-12-26 10:48

본문

연말(年末)

 

오리 떼처럼 구름이 흐른다

배를 뒤집고 잠자는 듯한

큰 바다거북 같은 구름도 있다

 

해는 허물린 해의 성채(城砦)를 이고

낮 길이를 늘이기 위해

긴 밤의 동지(冬至)를 지나왔다

 

겨울 큰 입의 한 가지는 허풍(虛風)이었다

냉기 찬바람에 꺾인 억새풀들이 구석진 깊숙한 늪에서

훌쩍훌쩍 콧김을 내쉬며 흐느끼는 것이다

 

비어있는 곳이 땅이면 언덕이고 산이면 큰 산이다

상수리나무에 새 깃이 있다

들볕에 앉은 새가

깃털 속에 부리를 문지르자

깃털 빠진 시간들이 지워지고

시간을 덮은 깃털 속에 새 부리가 자라난다

 

남의 말을 줍는 것이

물고기를 작살로 찌름과 같고

새의 깃 날개를 화살로 찌름과 같다

딱히 겨울에 할 일이 없으니

대나무로 고기 잡는 발을 만들었다

봄풀이 우거지면 냇가와 들이 거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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