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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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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21-12-27 16:04

본문

설중화雪中花 / 백록



 

칼바람 폭설에도 끄떡없는 꽃을 꼽으라면

단연, 이 섬의 할망 하르방들을 죽도록 사랑한 억새꽃이겠지

총탄에 맞아도 되살아 울컥거리며 피는 꽃을 보았는가

설령, 눈 무덤에 묻혔어도 붉은 영혼으로 버티는

물론, 무자년의 통증 같은 동백꽃이겠지

 

이 올래 저 올래 구석구석에서

눈에 밟혀도 바람에 치여도

파릇파릇 희끗희끗 노릇노릇

자기만을 사랑한 나르키소스를 보았는가

추사秋史가 노래한 수선화

꽃 중의 꽃이여!

그윽하고 담담하고 냉철하고 빼어난

당신의 체본이여!

한 점 겨울의 초상화여!

그야말로 해탈한

신선神仙 ​자화상이!


겨울 한복판에서 이 꽃 저 꽃들을 소환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창밖 까마귀 한 마리 깍깍거리며 한껏 목청을 돋우는데

아마도 한라산에 눈꽃들 만발했다는 소리 같은데

글쎄올시다

갈수록 흐릿해지는 내 눈엔 

구름꽃들만 잔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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