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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 신발을 벗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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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2회 작성일 21-12-27 17:51

본문

눈이 온다 

어느 눈송이나 홀로 온다

어느 눈송이나 다른 길로

어느 눈송이나 비틀거리며

어느 눈송이나 헤매이며,

그렇게 와서는 길을 덮는다

뻔한 길을 덮는다

진정으로 혼자 걸어 본 적이 없는

남의 길을 덮는다

비틀비틀 휘어져 본 적이 없는

처음부터 정해진 길을 덮는다

백주에도 헤매이며

묻고 또 물어 찾아 오지 않는

편한 길을 덮는다


붉어져서 하늘을 향해 숨긴 뺨에 닿아

순식간에 눈물 방울처럼 맺히는 눈송이들이

그 고운 송이 송이, 

송두리째 바쳐서 찾아 온 메카에서


나는 오늘도 신발을 벗지 못하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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