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도 기본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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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74회 작성일 22-01-06 10:40본문
기본도 기본 나름 / 백록
1.
자나 깨나 허구한 날
산과 바다 그 가운데에서 사는 난
날씨가 흐려지면 불안해지기 일쑤였는데
궁여지책으로
산과 바다를 대신하여 두어 뼘의 때죽나무와 한 뼘 남짓의 갯돌을 베란다로 들였다
소라의 집 한 채에 다육이들 오손도손 산다
더불어 파르스름한 이끼까지도 산다
그들이 차지한 면적은 고작
평수坪數로 따진다면
한 홉(合) 내지는 열 작(勺)쯤이나 될까
이들은 아주 적은 물과 볕과 바람만 주면
숨을 고르며 싱싱하게 산다
더 자랄 환경은 아니지만
불평불만 없이 산다
그런데 요즘 따라 걱정거리가 생기더니
날이 갈수록 근심 하나 더 자라더니
그 꼬리에 또 꼬리가 달린다
어느덧 어르신의 반열에 든 내가
그 소일거리마저 잃어버린다면
혹은, 그 기억조차 망각해버린다면
이 작은 산과 바다는 과연
어찌 될까, 라는
올망졸망한 여기 다육이들은
금세 죽어버리겠지, 라는
물론, 이슬 같은 이끼까지도
근데, 요즘 동네방네 떠돌아다니는 기본 시리즈에
가령, 이런 것도 포함이 될까, 라는
노파심이 부쩍 자라면서
2.
이토록 하찮은 정서의 표정마저 이내 시들어버릴 것 같은
작금의 마스크 속 청춘들은 어찌하면 좋을까
기본은 말 그대로 기본일 따름일 텐데
이를테면 물과 볕과 바람과 같은
이대로 공짜만을 좋아하며 덩달아 춤을 추다간
희끗거리는 머리카락마저 홀라당 까져버릴까
어째 두렵구나
설마설마하며 조마조마하며
이렇듯 기본에 하루를 더 조아리며 살 바엔 차라리
여기 때죽이나 돌처럼 살고 싶구나
무심코!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메일 산에 올라가지요
어쩜 자연에게 위로 받고자 하는 마음 이지요
나를 관통한 오랜 상처들
아직 살아 있음을 자각시켜 주어 글이라도 쓰려고
고민을 하지요
일찍이 나를 버린 것이 사람이라면
가까스레 나를 껴 안아 주는 것은 산과들 그리고 자연에게
복잡한 삶에 이치를 묻어 두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직해 봅니다
오늘은
그 깨달음에 물음? 시인님 시에 놓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한 아픔과 상처들이 시향으로 묻어나지요
시인님의 시향이 그렇거니와
저의 불만스러움이 졸글을 부추기는 것 등등
이런 것들을 승화시키는게 과제인 듯합니다
이를테면 천상병의 귀천처럼
감사합니다
희양님의 댓글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직 청춘으로 생각해야지 어르신으로 생각하면
억울하지요
김태운 시인님 벌써 귀천 운운하시니 몇살 더 언즌 나는 기운 빠지네요 ㅎㅎ
시늘 파워가 넘치는데 멀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그러고보니
제가 젤 막동입니다
제가 알기론 이시인님은 약간 위지만
김시인님은 이미 어르신이시고
저는 올해부터 그 반열에 오른답니다
아직 어색하지만
ㅎㅎ